두산 베어스의 2년 만에 포스트시즌 복귀를 좌우할 ‘진짜’ 운명의 한 주가 펼쳐진다.
“가을 두산을 믿는다”라는 이승엽 감독의 촉은 결국 근거 있는 자신감이 됐다. 계절이 초가을로 접어든 9월 13승 5패 승률 .722(공동 1위)의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가을야구를 넘어 가을야구를 홈구장에서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달 초만 해도 6위에서 포스트시즌 막차 탑승을 노렸지만 9일부터 7연승을 비롯해 12경기 10승 2패 압도적 승률을 기록하며 5위를 넘어 4위까지 올라섰다. 그것도 5위 SSG에 3경기나 앞선 안정적 4위다.
날씨가 선선해지자 과거 왕조 시절의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 특히 마운드의 안정감이 돋보였다. 선발 평균자책점 2위(2.84), 구원 평균자책점 1위(2.44)를 더해 9월 팀 평균자책점 1위(2.67)를 질주 중인 상황. 김명신, 김강률, 정철원, 홍건희, 이영하, 최지강 등이 견고한 뒷문을 구축했다. 월간 팀 타율 6위(2할5푼6리)에도 9월 승률 1위를 달성한 이유다. 대신 타선은 9월 팀 홈런 2위(16개)의 화력으로 마운드를 지원 사격했다.
하지만 두산이 가을야구를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3경기 승차를 따라잡는 데 통상적으로 한 달이 걸린다고 하나 두산의 9월 마지막 주 일정을 보면 한 달이 자칫 한 주로 단축될 수 있는 운명의 경기가 차례로 편성돼 있다. 이번 주를 무난히 넘긴다면 2년 만에 가을야구 복귀가 현실로 다가오겠지만 반대의 경우 다시 5강 싸움에 휘말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두산은 26일 인천으로 향해 SSG와 이틀 동안 운명의 3연전을 치른다. 27일 더블헤더가 잡혀 있어 극단적으로 계산하면 5위를 6경기 차이로 따돌릴 수 있지만 반대로 3경기 차이가 지워질 수도 있다. 이후 28일 하루 휴식을 거쳐 29일부터 내달 1일까지 1위 LG와 라이벌 3연전이 잡혀있다.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두산이 올 시즌 유독 고전한 상대다.
두 시리즈 모두 상당히 까다로운 일전이다. SSG가 9월 4승 1무 14패로 부진하다고는 하나 두산을 직접적으로 추격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 총력전이 예상된다. 올해 두산 상대로 8승 4패 강세를 보였고, 장소가 타자 친화적인 SSG랜더스필드인 부분도 팀 홈런 1위 SSG에게 플러스 요인이다. 여기에 토종 에이스 곽빈이 아시안게임으로 떠난 두산은 26일 대체 선발 김동주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가위 3연전은 올 시즌 2승 9패로 고전 중인 LG전이다. 11경기를 되돌아보면 좋은 흐름을 타다가 LG만 만나면 마운드 난조, 잦은 실책, 득점권 빈타 등 최악의 장면이 속출했다. 두산은 6월 17일 7-4 승리 이후 LG전 5연패에 빠져 있는 상황. 여기에 LG는 29년 만에 정규시즌 1위 매직넘버가 10으로 줄었다. 어떻게든 조기에 1위를 확정 짓기 위해 5위 싸움팀 못지않게 전력을 쏟아 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은 지금까지 그랬듯 마운드의 힘에 기대를 걸어본다. 곽빈이 빠졌지만 라울 알칸타라-브랜든 와델 외인 듀오가 건재하며 최승용, 최원준, 장원준, 박신지 등이 공백 메우기에 나선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더라도 경험 많은 투수들이 뒷문에 배치돼 있어 약점을 충분히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 큰 경기일수록 존재감을 뽐내는 152억 포수 양의지의 존재감 또한 가을야구 전망을 밝히는 요인이다.
이승엽호의 올 시즌 운명을 좌우할 9월 마지막 주. 그 결말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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