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매 시기가 고비였다. 그럼에도 이를 악착같이 버티고 극복했고 도약했다. 악재들이 겹치는 상황에서도 NC 다이노스는 스스로 가을야구의 자격을 입증해 나가고 있다.
NC는 지난 24일 창원 두산전에서 연장 11회 승부 끝에 극적인 6-5 승리를 거뒀다. 2-3으로 8회까지 끌려갔지만 상대 폭투로 동점에 성공했다. 11회초 허경민에게 투런포를 맞고 패색이 짙어졌지만 11회말 무사 만루에서 데뷔 첫 타석을 맞이한 신인 박한결이 우중간 2타점 동점 2루타를 뽑아낸 뒤 상대 중계플레이에서의 실책으로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3위 수성에 성공했다.
NC로서는 4위 두산의 거센 기세를 한풀 꺾어 놓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7연승과 3연승을 하면서 최근 11경기 10승1패의 파죽지세로 쫓아오고 있었다. 만약 이날 경기까지 패했다면 두산과 승차는 2.5경기 차이로 다시 벌어졌다.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극적인 승리였다. 2위 KT와의 승차도 2경기 차이로 유지했다.
NC는 올 시즌 내내 증명해야 했다. 모두가 NC를 하위권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NC는 스스로 저력이 있다는 것을 믿었다. 그리고 이를 한 시즌 내내 보여주면서 상위권에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 증명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매 시기가 고비였다.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경기도중 불의의 부상들이 연거푸 나왔다. 특히 선발진에서 줄줄이 공백이 생겼다. 구창모 이재학 최성영 등이 돌아가며 부상으로 쓰러졌고, 외국인 선수 테일러 와이드너(현 삼성)도 허리 부상으로 뒤늦게 정규시즌 데뷔전을 치렀다. 결국 와이드너는 퇴출의 운명을 맞이했다.
하지만 선발진의 공백도 결국에는 극복했다. 야수진에서도 시즌 초반 포수 박세혁, 중견수 제이슨 마틴 등의 부상 공백이 있었지만 비교적 풍부한 뎁스로 장기레이스를 버텼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야수진에서 공백을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 일
단 당장 항저우 아시안게임 차출 인원들의 공백이 비교적 크게 와닿고 있다. NC는 좌완 에이스 구창모가 부상에서 회복한 뒤 아시안게임 출전을 꿈꿨지만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그러나 구창모를 대신해서 21홀드를 올린 좌완 필승조 김영규, 주전 유격수 김주원, 그리고 박세혁의 부상 공백을 빈틈없이 채워줬던 포수 유망주 김형준 등 3명이 차출됐다. 23일부터 이들이 대표팀 소집으로 팀을 떠나자 빈 바리가 크게 드러났다.
그리고 김형준의 아시안게임 차출 때까지 돌아와주길 바랐던 기존 주전 포수 박세혁이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8월 중순 왼 손목 건염으로 전열을 이탈했는데 회복이 더뎠다. 한 달 넘게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 24일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 3군과의 교류전에서 선발 출장해 5이닝 가량 소화하려고 했지만 1회 몸에 맞는 공이 나온 뒤 곧바로 교체됐다. 예정된 재활 경기를 온전히 치르지 못했다. 이날 재활 경기를 지켜보고 다음 주 1군 콜업을 결정하려고 했던 강인권 감독의 구상도 흐트러졌다.
그런데 24일 1군 경기에서는 또 한 번 불의의 부상으로 핵심 선수를 잃을 위기다. 올해 NC의 히트상품이었던 주전 3루수 서호철이 헤드샷을 맞았다. 8회 1사 1루에서 김강률의 145km 패스트볼이 서호철의 헬멧을 강타했다. 헬멧 안면보호대와 코뼈 부근을 맞았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해 검진을 받았다. 일단 서호철은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했다. 검진을 위해 이동한 병원에는 휴일이 겹치면서 전문의가 부재했고 일단 코뼈 골절 의심 소견 정도만 받았다.
그리고 25일 서호철은 코뼈 골절 확정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구단은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 선수 컨디션 확인과 회의를 거쳐서 등록 및 출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 출장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상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그러나 NC는 언제나 그랬듯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것이다. 매 순간이 시험대였지만 결국 살아남았다. 이날 경기에서도 주전 야수들이 모두 교체된 상황에서 데뷔 첫 타석에 들어선 올해 신인이자 거포 유망주인 박한결이 끝내기 승리를 이끌어내면서 깜짝 스타로 등장했다.
박한결의 한 방으로 끝난 경기는 올해 NC를 상징하는 경기라고도 볼 수 있다. 괜히 3위에 올라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고 또 증명해나갈 것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