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베스트 플레이를 했는데...
KIA 타이거즈가 가을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단 1주일 사이에 3번타자와 4번타자를 잃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게으른 선수들이 아니었기에 더 뼈아프다. 1루를 더 가기 위해서, 선두타자로 출루하기 위해 베스트 플레이를 하다 부상을 입었다. 열심한 것이 허무한 부상으로 돌아왔다.
최형우는 24일 KT 위즈와 광주경기에서 불상사를 당했다. 7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해 2루수(박경수) 강습타구를 날렸다. 시프트를 위해 외야까지 후진수비를 했다. 타구가 너무 빠른데다 드라이브까지 걸려 잡기 힘들었다. 껑충뛰면서 포구를 노렸으나 글러브를 맞고 앞에 떨어졌다.
서둘러 공을 잡아 1루에 뿌렸다. 박병호도 급하게 1루를 밟고 공을 잡으려다 오른발의 위치가 베이스 뒤쪽까지 미끌어졌다. 0-1 상황이라 최형우는 살기위해 죽어라고 뛰었다. 오른발로 베이스를 밟고 박병호의 다리를 피하려다 살짝 걸렸고 그대로 그라운드에 나동그라졌다. 왼쪽 어깨가 크게 그라운드와 부딪혔다.
쇄골 골절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최형우는 지난 2년의 부진을 딛고 올해 부활에 성공했다. 타율 3할2리 17홈런 81타점 64득점 OPS(장타율+출루율) 0.887, 득점권 타율 3할1푼7리, 결승타 공동 1위(14개)의 지표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팀을 이끄는 핵심 4번타자였다.
5일전이었던 19일 LG 트윈스와 광주경기에서는 나성범을 잃었다. 8회 1-4로 뒤진 가운데 무사 2,3루에서 우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적시타를 때리고 1루를 밟았다. 폭투로 2루를 밟았고 김선빈의 우익수 뜬공이 나왔다. 3루로 진출하기 위해 또 죽어라고 뛰었고 세이프 됐다. 그러나 곧바로 왼쪽 허벅지 이상 증세를 보였고 교체됐다. 검진결과 햄스트링 손상으로 10~12주 재활소견을 받았다.
왼 종아리 부상으로 재활군에서 개막을 맞이했다. 장기간 이탈 끝에 6월23일 복귀해 괴물 타격을 했다. 불과 58경기에 뛰면서 타율 3할6푼5리 18홈런 57타점 51득점 OPS 1.098, 득점권 타율 3할4푼8리, 결승타 6개를 기록했다. 최형우와 함께 화산 타선을 이끌며 9연승의 주역이었다.
나성범도 땅볼을 치고도 1루에 살기 위해 항상 전력질주를 한다. 3-4 한 점차라 3루에 진출하면 동점을 만들 수 있기에 전력을 다해 뛰었고 살았다. 최형우도 마찬가지였다. 올해는 루상에서 빨라졌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열심히 뛰고 또 뛰었다. 마흔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열심히 뛰다 부상이었다.
KIA는 아직도 20경기를 남겨놓았다. 더없이 중요한 시기에 3번타자와 4번타자를 한꺼번에 잃었다. 득점력 약화는 불보듯 뻔할 수 밖에 없다. 상대 투수들에게 주는 위협감이 확 줄어들었다. 그래도 남은 후배들이 최선을 다한 두 선배의 공백을 메울 수 밖에 없다. 그래야 두 몬스터가 덜 억울할 것 같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