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에 다친 것 같다".
KT 위즈 맏형 박경수(39)가 결정적인 홈런을 치고도 KIA 타이거즈의 최형우의 부상을 걱정했다. 박경수는 24일 KIA와의 광주경기에서 1-1로 팽팽한 9회초 2사1루에서 중월 투런포를 터트렸다. 시즌 첫 홈런을 가을에야 쳤다. 팀의 3-2 승리를 안겨주는 귀중한 홈런이었다.
왜 베테랑인지를 증명하는 홈런이었다. 3회 알포드의 1타점 3루타를 앞세워 선제점을 뽑았다. 그러나 계속 기회를 잡았으나 추가점을 뽑지 못해 1-0 아슬아슬한 경기가 계속 이어졌다. 결국 8회말 손동현이 2사3루에서 폭투를 던져 허무하게 동점을 내준 직후였다.
KIA 필승맨 임기영이 8회부터 등판해 9회 투아웃까지 완벽한 투구를 했다. 이적생 이호연이 볼넷을 골라 불씨를 살렸다. 첫 타석에 안타를 때리고 선제득점을 올린 박경수는 한 방을 노리고 들어갔다. 2구째 슬라이더가 몸쪽을 밋밋하게 들어오자 벼락스윙이 이어졌고 120m짜리 중월홈런이 됐다.
무러 376일만에 나온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었다. 39살 베테랑의 결승포가 팀에게 2연승을 안겨주었다. 2위 수성에 엄청난 힘이 되는 승리였다. 이강철 감독도 "천금같은 홈런이었다"며 박수를 보냈다. 풀타임 주전으로 나서지는 못했지만 필요할 때 중요한 활약을 했다.
박경수는 "그래도 하나는 치고 싶었다. 오랜만에 보탬이 되어 후배들 너무 열심히 하고 있는데 뒤에서 좋은 성적 못내서 미안했다. 가장 중요할 때 형노릇 한 것 같다 무조건 노림수를 하나 가지고 가자고 생각했다. 실투성 볼이 들어왔다. 잘 쉬어서 힘이 전달된 것 같았다. 결승홈런이어서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주루 도중 쓰러저 부상을 당한 KIA 최형우도 크게 걱정했다. 7회 선두타자로 2루 강습안타를 치고 1루에 전력질주하다 1루수 박병호의 다리에 걸리며 쓰러졌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형우형이 걱정이다. 나이 대가 비슷하다보니 진짜 큰 부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타구가 드라이브가 걸려 휘는 바람에 못잡았다. 나 때문에 다친 것 같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바램과 달리 검진결과 왼쪽 쇄골 골절 판정을 받아 잔여 시즌이 절망적이다.
박경수의 출전은 제한적이다. 주로 고영표와 쿠에바스가 등판할때 2루수로 선발출전한다. 땅볼 타구가 많기 때문이다. "고영표와 쿠에바스 도우미이다. 좌타자가 많고 땅볼이 많은 상황에서 수비가 필요하니까 내가 나가는 것이다. 후배이 너무 잘해주어 여기까지 왔다. 남은 경기에서도 베테랑들이 힘을 내서 다 같이 으샤으샤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