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우승 청부사'의 모습을 되찾은 것일까. 감독의 주문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3번째 무기까지 갈고 닦았다.
LG 투수 최원태가 2군을 다녀온 뒤 확 달라진 모습으로 염경엽 감독과 LG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최원태는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7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솔로 홈런 한 방을 제외하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보였다.
7월말 LG는 토종 선발진을 보강하기 위해 유망주 이주형, 신인 투수 김동규 그리고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까지 얹어서 키움에 보내고, 최원태를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최원태는 7월 30일 두산전에서 6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이후 기복있는 피칭으로 부진했고, LG 유니폼을 입고서 8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8.27로 부진했다. 키움 유니폼을 입은 이주형이 3할 타율로 맹활약하면서, 최원태의 부진은 더욱 LG에 더욱 쓰라렸다.
최원태는 직전 3경기에서 9⅔이닝 20실점으로 난타당했다. 지난 10일 KIA전에서 2⅔이닝 7실점으로 부진하자,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염경엽 감독은 전반기 키움에서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지난해보다 투구 이닝이 늘어나 피로 누적, 주무기 체인지업의 구종 가치가 하락한 것을 부진 이유로 꼽았다.
최원태는 14일 만에 1군 복귀전에서 '우승 청부사'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한화 타자를 상대로 1회부터 6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으나, 선두타자는 확실하게 아웃을 잡고 시작했다. 1회 1사 1루, 2회 2사 2루, 3회 2사 1루, 4회 1사 1루에서 후속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했다.
5회 이진영에게 슬라이더 실투로 솔로 홈런을 한 방을 허용했고, 2-1로 앞선 6회 2사 1,2루에서 삼진으로 위기를 넘겼다. 7회 이날 처음 삼자범퇴로 막고 등판을 마쳤다.
직구 최고 구속 148km, 투구수 92구였다. 직구(33개), 투심(9개), 슬라이더(25개), 체인지업(15개), 커브(10개)를 각각 던졌다. 포심과 투심의 구위가 좋았고, 주무기 체인지업 외에 커브로 삼진을 5개나 잡아낸 것이 눈길을 끌었다.
최원태는 경기 후 "2군에서 경현호 코치님과 신재웅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경현호 코치님은 투심을 던지면 좋겠다며 투심을 쓰라고 하셨다. 신재웅 코치님은 내가 좋았을 때 영상을 보여주면서, 지금 약간 팔이 조금 올라갔는데 살짝 낮추면 투심 무브먼트가 좋을 거라고 하셨다. 예전에 좋았을 때의 팔 높이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최원태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이고, 체인지업을 직구와 섞어 던져야 타자를 제압할 수 있다고 했다. 최원태는 "초반에 체인지업을 던지려고 했는데 계속 (볼로) 빠져서, 조금 여유 있을 때 체인지업 감을 잡아보자 생각했다. 그래서 초반에 슬라이더와 커브를 좀 많이 던졌고, 초반 이닝을 넘기고 후반에 직구와 체인지업을 던지면서 투구 수를 줄여 7이닝까지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커브가 내 세컨 피치가 아니기에 그렇게 많이 안 쓰는데, 오늘 삼진 잡을 때는 좀 괜찮은 것 같다. 커브를 좀 잘 사용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무기 체인지업 외에도 낙차 큰 커브는 상대 타자의 허를 찌르는 비밀 병기가 될 수 있다.
최원태는 최근의 부진에 대해 "내가 못 던졌다. 운도 안 따라 준 것도 없진 않았지만... 2군에서 체인지업과 커브를 좀 더 살리고자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호투에도 크게 들뜨지 않았다. 그는 "결과는 좋았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초반에 체인지업이 빠져 커브를 결정구로 던진 것은 좋았다. 체인지업은 후반에 조금 잡혔다"고 자평했다.
최원태는 자신이 부진할 때 팀 동료들이 잘하고 있어서 심리적인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남은 등판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원태는 "계속 열심히 연습하면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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