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떨리는 데뷔 첫 타석을 만루 상황, 그것도 끝내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그리고 이를 이겨냈다. NC 다이노스 신인 외야수 박한결(19)은 이 어려운 상황을 모두 해결해냈다.
박한결은 24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1회 무사 만루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타를 뽑아냈다. 그리고 상대 실책이 곁들여지면서 끝내기 상황까지 만들었다. NC는 박한결의 결정적인 적시타에 힘입어 6-5, 극적인 대역전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NC는 시종일관 답답한 흐름 속에서 경기를 치렀다. 1회 서호철의 솔로포와 권희동의 적시타와 박민우의 투지있는 주루플레이로 2-0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선발 신민혁이 흔들리면서 4회초 실점했고 6회 역전을 당했다. 8회 상대 폭투로 겨우 동점을 만들었지만 11회초, 대타 허경민에게 3-5로 끌려가는 투런포를 얻어 맞았다. 패색이 짙어졌다.
그러나 NC는 포기하지 않았고 11회말 박민우의 볼넷과 마틴의 안타, 권희동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는 10회초 대수비로 투입된 박한결이 들어섰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2023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4순위로 지명 받은 박한결은 거포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68경기 타율 2할6푼6리(192타수 51안타) 4홈런 34타점을 기록했다. 전날(23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인원들이 빠져나가자 이들을 대신해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그런데 데뷔 첫 타석에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마운드에는 까다로운 공을 던지는 박치국이 있었다. 박한결은 박치국의 초구 133km 체인지업과 2구 126km 슬라이더를에 모두 헛스윙을 했다. 공과 차이가 많이 났다. 하지만 3구 째를 골라낸 뒤 4구 째 145km 투심을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타를 뽑아냈다. 2,3루 주자가 홈을 밟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일단 5-5 동점이 됐다. 관건은 1루 주자였다. 이때 상대 중계 릴레이가 다소 버벅거렸고 이 틈을 타서 1루 주자 권희동이 홈을 쓸으면서 끝내기 승리가 만들어졌다. 권희동의 득점은 상대 실책에서 비롯된 점수로 기록되어 박한결의 데뷔 첫 안타는 2타점 동점 2루타로 최종 기록됐다.
데뷔 첫 안타가 끝내기 안타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박한결은 꿈에서 그리던 끝내기 세리머니의 주인공 역할을 만끽했다. 끝내기 물세례에 정신이 없었지만 박한결의 기쁨은 경기 후에도 쉽게 가시지 않았다.
경기 후 박한결은 “중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고 대기할 때도 집중해서 개인 생각을 하지 않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면서 “매일 상상만 하던 끝내기 세리머니였다. 남들 하는 것을 보기만 했는데 내가 할 줄은 몰랐다. 기분 좋고 빨리 가족들 얼굴 보고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초구와 2루에 헛스윙을 하면서 불리한 상황에 몰렸다. 박한결은 이 당시를 되돌아보면서 “내가 봐도 웃음이 나오는 헛스윙이었다. 너무 직구만 노리는 스윙이었다”라면서 “정말 처음 보는 공이었다. 프로는 쉽지 않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좋은 기회가 항상 오는 게 아닌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되돌아봤다.
하지만 끝까지 집중을 했다. 그는 “경기 전에 박민우 선배님이 나가서 갖다 맞히는 스윙하지 말고 큰 스윙을 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송지만 코치님께서 직구는 절대 놓치지 마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나보다 몇십 년은 야구를 보신 분이니까 더 잘 아실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을 들었다”라면서 “스윙해도 웃으면서 박수를 쳐주시길래 실패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역으로 한 번은 던지겠지 생각을 했는데 상대 투수가 고개를 많이 흔들더라. 그러면 그 공을 던지더라. 그래서 바로 쳤다”라고 끝내기 순간을 되돌아봤다.
강인권 감독은 박한결을 콜업하면서 “장타력 있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데뷔 첫 단추를 잘 끼운 만큼 어떤 선수인지를 어필하려고 한다. 그는 “나는 장타가 장점인데 또 달리기도 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팀이 중요한 상황인데 내 거 할 게 아니라는 생각으로 더 집중하려고 한다. 아마추어 때부터 한 번도 우승을 못해봤는데 올해 우승 트로피 한 번 들어보고 싶다”라며 야심찬 포부를 전했다.
경기 후 강인권 감독은 “연장 11회말 중요한 순간, 박한결 선수가 자신의 데뷔 첫 타석을 짜릿한 역전승으로 이끄는 적시타로 화려하게 장식했다”라면서 “선발 신민혁 선수도 호투하며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라고 짜릿한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오늘은 무엇보다도 마지막까지 열정적인 응원으로 선수단에게 힘을 불어넣어 준 우리 팬들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열심히 뛴 선수들 모두에게도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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