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 받아 올바른 길로 갔다".
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는 복덩이 외인이다. 2019년 KT에 입단해 에이스급 투수로 활약했다. 2021시즌은 정규리그 우승 결정전에 한국시리즈에서 호투하며 창단 첫 우승까지 이끌었다. 2022시즌 초반 팔꿈치 통증으로 단 2경기만에 팀을 떠났다. 그러나 지난 6월 대체 외인으로 재입단했다.
쿠에바스는 입단과 동시에 무적의 투구로 팀을 되살렸다. 한 번도 지지 않는 무패의 투구를 펼쳤다. 지난 23일 광주 KIA전에서는 노히트노런 대기록까지 작성할 뻔 했다. 9회1사까지 잡았으나 김도영에게 좌중간 3루타를 맞고 대기록을 놓쳤다. 김선빈 볼넷까지 내주며 강판했다.
결국 8⅓ 1피안타 3사사구 1실점 투구를 했다. 재입단 이후 16경기에서 10승을 따냈다. 외국인 선수제도를 도입한 이후 6월에 첫 등판한 외인투수가 10승을 따낸 것은 쿠에바스가 처음이다. 16번 등판 가운데 12번의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했다. 평균자책점도 2.71로 끌어내렸다. 쿠에바스의 활약덕택에 선발진이 살아났다. 한때 꼴찌까지 추락했던 팀이 2위까지 올라 플레이오프 직행을 노리고 있다.
이강철 감독는 2019년부터 쿠에바스와 함께 했다. 이 감독은 재입단 이전에 쿠에바스에 대해 애증을 갖고 있었다. "정말 좋은 투수이다. 그런데 자기 고집이 강하다. 포수에게 맡기고 변화구를 적절히 구사하면 될텐데 이게 잘 안된다. 직구만 던지려고 한다"며 아쉬움을 여러차례 토로하기도 했다. 한번도 2점대 ERA를 기록하지 못한 이유였다.
그런데 재입단한 쿠에바스가 달라진 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이날의 볼배합을 보면 커터(30구) 직구(28구) 슬라이더(23구) 체인지업(23구) 투심(8구)을 던졌다. 다양한 구종으로 완급투구를 하고 제구까지 겸비한 터라 KIA 타자들이 공략이 애를 먹었다. 치면 평범한 땅볼이나 뜬공에 그쳤다. 삼진도 8개나 뽑아내며 대기록까지 접근했다. 이 감독의 주문을 100%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도 이 감독은 즉석 꿀팁으로 쿠에바스의 호투를 이끌어냈다. 1회말 2사후 갑자기 제구가 흔들리며 김선빈 사구, 최형우 볼넷을 내주었다. 이 감독은 곧바로 마운드에 올라갔고 "던지는 팔의 위치가 내려왔다. 좀 더 올려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 이후 9회1사까지 노히트 경기를 펼쳤다.
쿠에바스는 경기후 이강철 감독에게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감독들의 스타일이 다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신경을 많이 써준다. 선수시절 엄청난 커리어가 있다는 것을 안다. 투수로서 감독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올바른 길로 가지 못했을 것이다. 투수로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