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집을 이유로 대표팀 소집 하루를 앞두고 돌연 엔트리에 제외된 이의리(21). 물집 회복 후 굳은살이 생겼다는 KIA 구단의 의견과 달리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이의리가 물집으로 선발투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이란 견해를 드러냈다.
항저우 야구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지난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표팀 첫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좌완투수 이의리를 외야수 윤동희로 교체한 이유를 밝혔다.
이의리는 손가락 부상 회복을 이유로 대표팀 소집을 하루 앞둔 22일 돌연 항저우행이 불발됐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와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손가락 부상으로 회복 중이나 대회 기간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라는 이의리 교체 사유를 설명했다.
이의리는 8월 16일 광주 키움전에서 시즌 10승을 달성한 뒤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8월 22일 수원 KT전에서 어깨를 다쳐 4이닝 만에 강판된 뒤 열흘을 쉬었고, 9일 광주 LG전 도중 왼손 중지에 물집이 잡혀 11일의 회복기간을 가졌다. 이의리는 정밀검진을 통해 이상소견이 없이 21일 대전 한화전에서 복귀했지만 1⅓이닝 2피안타 3사사구 5실점(4자책)으로 부진했다. 하필이면 류중일 감독과 조계현 전력강화위원장이 보는 앞에서 최악투를 펼쳤다.
KIA 구단에 따르면 이의리는 어깨와 손가락 모두 건강한 상태다. 물집 논란을 일으킨 손가락 또한 다시 굳은살이 생겨 투구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위싸움이 한창인 KIA는 이의리의 몸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한 뒤 1군 마운드에 올렸다.
그렇다면 이의리는 왜 국가대표팀에서 낙마한 것일까. 류 감독은 “이의리 선수가 마지막으로 교체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운을 떼며 “이의리가 보름 전 손가락 물집으로 강판되는 걸 봤고, 책임 트레이너가 계속 체크를 했다. 이후 21일 이의리가 대전에서 선발 등판하는 걸 직접 보러 갔다. 보는 시야는 조금 다르겠지만 던지기 전의 물집 모습, 그날 2이닝 채 못 던졌는데 그 이후 물집 모습을 봤다”라고 설명했다.
대표팀 수장은 장고 끝 이의리가 물집 여파로 선발투수 임무가 힘들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 류 감독은 “이의리는 우리나라 최고의 좌완투수다. 대만, 일본전을 맡아야할 주축 선수다”라며 “그러나 내 눈에는 그랬다. 과연 이 물집 상태로 선발로 나서 7~80개 이상을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선발투수가 80개 이상 못 던진다고 판단, 교체를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구창모에 이의리까지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류 감독은 우완투수로만 선발진을 꾸려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걱정은 없다. 류 감독은 “구창모, 이의리 모두 우리나라 최고 좌완투수라 어려움을 갖게 됐지만 우리에게는 곽빈, 박세웅이 있다. KBO리그는 우타자보다 좌타자가 많다. 두 선수가 좌타자도 잘 상대했기에 잘하리라 믿는다”라고 믿음을 보였다.
투수 이의리의 대체자로 투수가 아닌 외야수 윤동희를 택한 이유도 들을 수 있었다. 류 감독은 “투수가 12명이었다. 교체 후보군이 있었고, 고민을 많이 했다”라며 “외야수가 3명밖에 안 되니 1명이 다쳤을 때 누굴 써야 하나 고민이 깊었다. 김혜성, 강백호, 김지찬을 쓰려고 했는데 마지막에 윤동희가 가장 성적이 좋더라. 그래서 외야수 발탁을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류 감독은 이번 대회 또한 금메달을 위해 달린다. 류 감독은 “일단 조 1위를 위해서 대만과의 예선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항저우에서 꼭 금메달을 따서 국민들 성원에 보답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대표팀은 23일과 24일 훈련을 실시한 뒤 26일 상무와의 연습경기로 실전 감각을 점검한다. 이후 27일 마지막 훈련을 거쳐 28일 결전의 땅인 중국 항저우로 출국한다. 훈련과 연습경기 장소는 모두 고척스카이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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