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시즌 막바지로 향하면서 클레이튼 커쇼(35·LA 다저스)의 은퇴 고민이 시작됐다. 커쇼 자신도 내년에 공을 던질지 말지 아직 모른다.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지역지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에 따르면 커쇼는 올해가 다저스에서 마지막일지에 대해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변수가 너무 많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묻는 것을 이해하지만 조금은 불편하기도 하다. 내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만약 답이 있다면 말해주겠다. 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다”고 거듭 말했다.
또 다른 지역지 ‘LA타임스’도 ‘다음 달은 커쇼가 다저스에서 뛰는 마지막 달이 될 수 있다. 35세의 커쇼는 이번 오프시즌에 FA가 되거나 은퇴를 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커쇼는 “월드시리즈 우승만 생각한다. 개인적인 일은 다 제쳐두겠다. 항상 마지막 홈경기, 마지막 플레이오프라는 생각으로 모든 것에 임한다”며 고향팀 텍사스로의 이적 가능성에 대해선 “감정은 변할 수 있다. 가끔 고민하기도 하지만 시즌이 끝날 때까지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커쇼는 2021년 시즌을 마친 뒤 2년 연속 다저스와 1년짜리 재계약을 했다. 2022년 연봉 1700만 달러, 올해 연봉 2000만 달러에 다저스와 재계약했다. 1년씩 단기 계약을 하면서 매년 이맘때 현역 은퇴 또는 고향팀 텍사스 레인저스로의 이적설이 흘러나왔지만 결론은 늘 다저스 잔류였다.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텍사스에서 실질적인 러브콜이 있었지만 커쇼는 다저스에 남았다. 다저스 원클럽맨으로 굳어진 커쇼에게 이적이라는 선택지는 거의 지워졌다. 이제는 현역 연장 여부만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이맘때는 “최소 1년 더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며 은퇴설을 잠재웠지만 올해는 다르다.
올 시즌에도 22경기(121⅓이닝) 12승4패 평균자책점 2.52 탈삼진 127개로 활약 중이지만 은퇴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 커쇼는 지난 7월 ‘USA투데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작년에 다저스가 다시 우승했다면 은퇴를 했을지도 모른다”며 “4명의 자녀와 아내가 있기 때문에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작년에는 결정이 쉬웠는데 올해는 솔직히 모르겠다”고 은퇴로 기운 마음을 내비쳤다.
무엇보다 현재 왼쪽 어깨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6월말 어깨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뒤 한 달간 공백기를 가진 커쇼는 지난달 중순 복귀 후 구속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지난 6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최고 구속이 89.9마일(144.7km)에 그치면서 우려가 커졌고, 부상 복귀 후에도 여전히 통증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로테이션을 한 번 건너뛰며 열흘 쉬고 나선 17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도 커쇼는 최고 89.5마일(144.0km)로 구속이 더 떨어졌다. 복귀 후 6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2.42로 호투 중이지만 모두 5이닝 이하로 투구로 부상 재발 방지 차원에서 관리받고 있다. 관록으로 버티고 있지만 아슬아슬하다.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에 따르면 커쇼는 내년 시즌 풀타임 시즌을 감당할 수 있는 몸 상태가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인정했다. 30대에 접어든 뒤 매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 커쇼라 많이 지쳤다. 더 이상 몸이 버티지 못하면 은퇴를 할 수밖에 없다. 만약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한다면 은퇴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지난 2008년 데뷔 후 올해까지 다저스에서만 16년째 몸담고 있는 커쇼는 통산 423경기(420선발·2702⅓이닝) 209승91패 평균자책점 2.48 탈삼진 2934개를 기록 중이다. 사이영상 3회, MVP 1회, 평균자책점 1위 5회, 올스타 10회, 월드시리즈 우승 등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것은 다 이뤘다. 당장 은퇴를 해도 명예의 전당 입성은 확실시되는 살아있는 레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