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올해 58승66패로 7위에 머물고 있고 5위 SSG와는 5.5경기 차이가 나고 있다. 산술적으로 5강 희망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롯데의 올 시즌은 이렇게 저물고 있다. 투수진은 4.17의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5위다. 평균자책점 1위부터 4위에 위치한 NC LG 두산 KT은 모두 가을야구 경쟁을 하고 있지만 5위 롯데는 하위권에서 허덕이고 있다. 객관적인 투수 지표는 괜찮은 올 시즌이었다.
결국 롯데가 올해 고전한 이유는 타선이었다. 타율 2할6푼으로 리그 7위, OPS(출루율+장타율) .690으로 8위에 그쳤다. 홈런도 57개로 리그 최하위다. 빈약한 공격력은 투수진, 특히 불펜진에 부담이 됐고 자주 등판해야 했던 필승조 김상수와 구승민을 부상으로 잃었다. 여러모로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FA로 영입한 노진혁과 유강남이 올해 부상과 부진, 그리고 FA 이적 1년차의 부담감으로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고 여전히 전준우와 안치홍만 바라봐야 했다. 신예 김민석 윤동희를 발견했지만 한동희가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면서 이전보다 플러스가 아닌 현상유지에 가까운 타선이었다. 무엇보다 올해 롯데는 외국인 타자들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지난해 후반기 합류해서 인상적인 생산력을 과시한 잭 렉스와 총액 130만 달러(약 18억 원)에 계약했다. 56경기 타율 3할3푼(218타수 72안타) 8홈런 34타점 OPS .905의 기록을 남겼다. 후반기 3개월 가량만 뛰었고 풀타임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롯데는 렉스의 빠른 적응력과 기량을 믿고 최고액 수준의 베팅을 했다. 호세 피렐라(삼성)의 총액 170만 달러에 이은 최고액 타자 2위의 금액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러브콜이 없었던 게 아니었기에 롯데는 어느정도 검증된 렉스에게 최대 한도로 투자했다.
이후 영입한 선수는 내외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기대를 모았던 니코 구드럼. 구드럼에게 롯데는 40만 달러(약 5억 원)을 투자했다. 시즌 도중 합류하는 대체 외국인 선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액을 모두 구드럼에게 안겼다. 합류 초기에는 강한 송구를 바탕으로 한 수비력이 인상적이었다. 공격에서도 한 방은 없었지만 이따금씩 안타를 쳐내면서 적응기를 거치는 듯 했다. 롯데 뿐만 아니라 시즌 도중 대체 선수를 고민했던 구단들은 모두 구드럼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을 만큼 현재 KBO리그에 올 수 있는 선수 중에서는 가장 나았다.
그러나 적응기와 과도기가 팬들의 절규, 롯데의 절망으로 바뀌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왼쪽 햄스트링을 다친 바 있던 구드럼은 어딘가 모르게 동작이 굼떴고 부자연스러웠다. 100%로 달리지 못했다. 수비에서도 움직임이 둔화됐고 실책이 급증했다. 구드럼의 몸 상태는 여전히 정상이 아니고 이제는 경기에서 중용받지 못하는 신세다. 현재 37경기 타율 2할6푼1리(134타수 35안타) 20타점 OPS .676의 기록에 그치고 있다. 지난 9일 창원 NC전 이후 열흘 동안 휴식을 가졌다. 19일 사직 키움전 대타로 다시 등장했지만 병살타를 때리는데 그쳤다.
지난 21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이종운 감독대행은 “몸이 괜찮다고 해서 대타로 쓴건데 뛰는 모습을 보니까 몸이 완전치 않아 보였다. 본인은 괜찮다고 하는데 아픈 선수와 하고 싶지 않다. 몸이 되는 선수를 써야 한다. 굳이 현 상황에서 뛰게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라면서 “몸 상태가 돼야 타격도 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그 선수를 쓰겠다고 말하는 게 그렇다. 좋은 컨디션의 선수를 써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런트는 구드럼에 미련을 가질 수 있겠지만 현장에서 구드럼은 전력 외 선수로 취급받고 있다.
롯데가 쏟아 부은 23억 원. 외국인 타자들에게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풀베팅을 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외국인 타자의 실패처럼, 롯데는 또 다시 실패한 시즌을 향해 가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