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말부터 9월초까지 9연승으로 잘 나가던 KIA가 시즌 최다 7연패 늪에 빠졌다. 주전 유격수 박찬호(28)의 부상과 함께 찾아온 위기다.
KIA는 지난 12일 대구 삼성전부터 21일 대전 한화전까지 7연패를 당했다. 올 시즌 팀 최다 연패로 5강 싸움 중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5위 SSG도 9월 들어 급격한 하락세를 탄 덕분에 1경기차 6위로 추격권에 있지만 연패가 길어지면서 KIA도 같이 추락 중이다.
7연패 기간 선발진 붕괴로 팀 평균자책점 7점대(7.60)로 치솟은 마운드 부진이 뼈아프지만 박찬호의 빈자리도 두드러진다. 공교롭게도 박찬호가 부상을 당한 날부터 7연패가 시작됐다. 박찬호는 지난 12일 삼성전에서 5회 유격수 땅볼을 치고 난 뒤 1루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들어가다 왼쪽 4번째 손가락 인대가 손상되는 부상을 당했다. 최초 진단 때 3주 재활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박찬호가 빠지고 난 뒤 유격수 자리에 김도영이 3경기 연속 선발출장했지만 수비가 불안했다. 17일 광주 두산전에서 6회 박준영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놓쳐 포구 실책을 했다. 그러자 18일 두산전부터 김도영이 3루수로 돌아가며 김규성이 유격수로 투입됐다.
그러나 김규성도 수비에서 큰 실책을 범했다. 21일 대전 한화전에서 2회초 우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타격에서 한 건 한 김규성은 곧 이어진 2회말 수비 때 어이없는 실책을 범했다. 무사 1,3루에서 이도윤의 땅볼 타구를 잡은 2루수 김선빈의 송구를 받아 1루 주자를 포스 아웃시킨 뒤 무리하게 1루 송구를 하다 손에서 공이 빠졌다. 우측 파울 라인 쪽으로 공이 굴러간 사이 타자 주자 이도윤이 1~2루를 지나 단숨에 3루까지 내달렸다.
이도윤의 타구는 느린 땅볼로 병살로 만들기 무척 어려웠다. 이도윤의 주력을 생각하면 굳이 1루로 송구할 필요가 없었는데 어이없는 실책으로 한 번에 투베이스를 허용했다. 김규성의 실책 이후 2점을 추가로 빼앗긴 KIA는 2회에만 5실점 빅이닝을 허용하면서 한화에 8-14로 덜미를 잡혔다.
연패가 ‘7’까지 길어지면서 박찬호의 공백이 두드러지고 있다. 박찬호는 올 시즌 117경기 타율 3할2리(414타수 125안타) 3홈런 48타점 64득점 29도루OPS .740으로 활약하며 유격수 골든글러브 후보로 급부상했다. 득점권 타율 전체 5위(.343)로 찬스에 강하고, 유격수 수비도 범위가 넓다. 실책 14개가 있지만 전반기(76경기 11실책) 몰아서 한 것으로 후반기(41경기 3실책)는 안정감을 꾸준히 유지했다.
박찬호는 부상 이후에도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았다. 다친 손가락이 왼손이라 수비와 주루는 어느 정도 가능한 상태. 18~19일 광주 두산, LG전에 8~9회 대수비로 교체 출장하기도 했다. 18일부터 타격 훈련을 시작하며 완전한 복귀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20일 지정 병원에서 재검을 받은 박찬호는 손가락 인대 염증이 가라앉아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는 소견을 받았다. 예상보다 빠른 회복 속도. 김종국 KIA 감독은 “약간의 통증은 남아있지만 타격을 못할 정도는 아니다. 이번 주까지 체크하고 나서 다음주에는 타격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나성범마저 치명적인 햄스트링 손상으로 시즌 아웃된 KIA의 팀 상황을 감안하면 박찬호의 복귀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막상 빠지니 그 빈자리가 생각보다 크다. KIA는 아직 리그 최다 23경기가 남아있고, 공수에서 박찬호가 해줘야 할 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