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는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말이 있다. 에이스도 컨트롤이 흔들릴 수 있고 3할 타자의 방망이도 쉬어가는 날이 있지만 빠른 발은 부상이 아닌 한 어디 갈 리 없다.
류지혁(삼성)은 팀내 도루 1위를 질주 중이다. 25차례 베이스를 훔치며 성공률 92.6%를 자랑한다. 전반기 도루 5개에 불과했으나 후반기 들어 무려 20번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지난달 17일 LG와의 홈경기에서 세 차례 베이스를 훔치며 개인 한 경기 최다 기록을 세우기도.
당시 박진만 감독은 "상대 에이스(케이시 켈리)가 등판하는 날이라 점수를 뽑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류지혁이 적극적인 베이스 러닝을 선보이며 상대를 흔들렸다. 류지혁의 활약 덕분에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진만 감독은 "KIA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우리 팀에 오고 나서 보니까 도루를 잘하더라. 도루라는 게 발만 빠르다고 되는 게 아니다. 센스도 있어야 하고 상대 투수들의 습관을 파악해야 한다"고 류지혁의 도루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21일 대구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박진만 감독은 팀내 젊은 준족들이 류지혁의 적극적인 베이스 러닝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류지혁은 도루 능력과 센스 모두 뛰어나다. 팀내 야수 가운데 도루에 대한 자신감과 판단력이 부족한 이들이 있는데 류지혁을 보면서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류지혁은 자발적으로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하는 스타일이다. 다른 선수들도 류지혁처럼 뛰어야 하는데 일부 발 빠른 선수들이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류지혁이 '도루란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마치 조교 같은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지각 합류하게 된 외야수 김성윤은 올 시즌 19도루로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 경신은 물론 데뷔 첫 20도루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도루는 성공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아웃될 수 있는) 위험 부담을 완전히 없애고 하니까 도루 시도 자체가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류지혁의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두고 "KIA에 있을 때 그렇게 (도루를) 잘하는지 몰랐다. 지혁이 형한테 많이 물어보고 있다. 형도 많이 알려주려고 하셔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