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체선수로 거론됐던 배제성(27·KT)이 대표팀 승선에 대한 미련을 깔끔하게 버렸다. 대신 두 번째 우승반지를 끼고 기분 좋게 군에 입대하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KT 위즈는 지난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16차전)에서 5-0 완승을 거뒀다. 2위 KT는 최근 2연승, 롯데전 10연승을 질주하며 같은 시간 고척에서 키움에 패한 3위 NC와의 승차를 2경기로 벌렸다. 시즌 71승 3무 55패.
승리의 주역은 선발 배제성이었다. 친정 롯데 타선을 상대로 7이닝 6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와 함께 8번째 승리(8패)를 챙겼다. 최고 구속 147km의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적재적소에 이용해 종전 6⅓이닝(7월 29일 창원 NC전, 8월 26일 사직 롯데전)을 넘어 올 시즌 한 경기 개인 최다 이닝을 달성했다.
경기 후 만난 배제성은 “그 동안 공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데 슬라이더 제구가 잘 안 됐다. 그래서 연습 때 제일 신경 써서 던졌다. 오늘은 (장)성우 형이 체인지업이 좋다고 해서 그 위주로 던진 게 주효했다. 슬라이더까지 감을 찾으면 경기 운영하기 수월할 것 같다”라며 “다만 좋은 밸런스에도 볼넷 2개를 내준 건 아쉽다. 다음 경기에도 이런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승리 소감을 남겼다.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비결로는 KT 선발진의 상향 평준화를 꼽았다. 배제성은 “우리 팀은 이렇게 던지는 게 당연히다. 올 시즌 7이닝을 처음 던졌다. 칭찬받을 일은 아니다. 그러면 (고)영표 형은 귀가 터졌어야 한다”라고 웃으며 “준비를 잘하고 타의 모범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 투수 쪽에 많다. (김)재윤이 형, 영표 형, (엄)상백이 모두 해야 할 일을 빠트리지 않는다. 서로를 보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고, 그게 팀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2017년 롯데에서 KT로 트레이드 이적한 배제성은 2019년 28경기 10승 10패 평균자책점 3.76의 호투 속 KT 창단 첫 토종 10승 투수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 2020년 10승, 2021년 9승으로 승승장구했고, 작년 24경기 3승 9패 평균자책점 4.21의 재정비 시간을 거쳐 올해 24경기 8승 8패 평균자책점 4.22 활약 속 2년 전 모습을 되찾았다.
배제성은 지난 6월 국군체육부대(상무) 지원에 최종 합격하며 오는 12월 입대를 앞두고 있다. 8월 중순만 해도 아시안게임 대체선수 후보로 거론되며 금메달 병역 혜택을 받는 시나리오가 잠시 그려지기도 했지만 결국 대표팀에서 낙마한 구창모(NC)의 대체선수가 되지 못했다. 배제성은 8월 중순 이후 잦은 기복을 보였다.
배제성은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라며 “가장 친한 친구인 LG (이)정용이와 함께 군대에 간다. 그 시간 동안 내가 업그레이드 돼서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맨날 전화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태극마크를 달고 뛰면 엄청나게 큰 영광이겠지만 다른 선수들dl 빠졌을 때 빈집털이를 하는 것도 팀과 개인 모두 좋을 것 같다. 일단 팀이 한국시리즈까지 가서 우승하는 게 큰 목표다”라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전했다.
그러면서 “입대 전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게 가장 간절하다. 팀을 한동안 떠나있어야 하니까 2023시즌은 이 멤버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이다, 우승반지를 끼고 군대로 향하고 싶다. 그게 가장 큰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창단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선 최대한 늦게 포스트시즌을 시작해야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배제성은 “쉬고 나서 가을야구를 시작하는 게 엄청 크다. 체력적으로 준비가 된 상태에서 하기 때문이다. 2년 전 두산은 솔직히 많이 지쳐서 올라왔다”라며 “물론 1위를 하면 좋겠지만 2위를 해도 충분히 잘 쉬고 단기전 승부를 볼 수 있다. 단기전은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고 정규시즌 2위를 향한 욕심을 드러냈다.
개인적인 목표는 2020시즌 이후 3시즌 만에 통산 3번째 10승 고지를 밟는 것이다. 배제성은 “10승을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사실 잘 모르겠다. 오늘 같이 안정적인 경기를 해서 승리하면 기분이 좋지만 5이닝 5실점으로 승리 챙기는 건 모르겠다”라며 “내 승리에 연연하기보다 남은 시즌 내가 나가는 경기에서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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