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아쉬움을 끝내 못 풀었다. 한화 필승조로 활약한 사이드암 투수 강재민(26)이 팔꿈치 수술과 함께 군입대를 준비한다. 2년 뒤를 기약한다.
강재민은 오는 25일 오른쪽 팔꿈치 내측측부인대 재건술을 받는다. 이른바 ‘토미 존 수술’로 최소 1년 이상 재활이 필요하다. 이 기간 강재민은 병역 의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수술을 받고 재검한 뒤 현역 또는 공익 여부가 결정됨에 따라 아직 구체적인 입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빠르면 2025년 후반기 복귀도 가능하지만 실전 공백기를 감안하면 2026년부터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데뷔 첫 해부터 필승조 진입, 불운의 도쿄올림픽 탈락
용마고-단국대 출신으로 지난 2020년 2차 4라운드 전체 38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강재민은 데뷔 첫 해부터 필승조로 활약했다.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 첫 날이었던 6월9일 1군에 첫 등록됐다. 사이드암치곤 빠른 140km대 초반 직구에 분당 회전수 3000rpm을 넘나드는 강력한 슬라이더로 위력을 떨쳤다. 피해가지 않는 배짱 두둑한 투구도 구원으로 제격이었다.
시즌 중반 1군 데뷔했지만 50경기(49이닝) 1승2패1세이브14홀드 평균자책점 2.57로 두각을 나타냈다. 여세를 몰아 첫 풀타임 시즌인 2021년에 리그 톱클래스 불펜으로 올라서며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꿈을 키웠다. 그해 올림픽 최종 엔트리 발표 전날이었던 6월15일까지 강재민은 26경기(33이닝) 2승3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0.55 탈삼진 30개로 압도적인 투구를 했다. 당시 30이닝 이상 소화한 리그 전체 투수 58명 중 평균자책점 1위였다.
그러나 6월16일 발표된 도쿄 올림픽 대표팀 최종 엔트리 24명(투수 10명)에 강재민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당시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강재민보다 더 뛰어난 구원투수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하며 “결정은 대표팀 코칭스태프 몫이지만 강재민이 리그 최고 중간투수인 것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아쉬움을 접어두고 강재민은 그해 전반기 평균자책점 1점대(1.04)로 마쳤다. 전반기 종료 후 대체 선수로 뽑힐 기회도 두 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박민우 대신 김진욱, 한현희 대신 오승환이 각각 대체 선수로 발탁됐다. 2명 모두 구원투수였지만 대표팀은 신인 좌완 김진욱과 경험 많은 마무리 오승환을 택했다. 강재민으로서 두 번 더 물을 먹은 셈이다.
아시안게임 목표로 했지만…끝내 달지 못한 태극마크
2021년 58경기(63⅓이닝) 2승1패5세이브13홀드 평균자책점 2.13으로 마친 강재민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다음 목표로 설정했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 그는 “선수라면 누구나 국가대표 꿈을 항상 갖고 있을 것이다. 작년에는 혼자 속으로 생각한 꿈이었지만 이제는 큰 목표로 잡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지난해 56경기(51⅓이닝) 4승8패7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4.21로 다소 고전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아시안게임이 1년 미뤄지면서 다시 기회가 왔다. 그러나 올 시즌 43경기(43⅓이닝) 1승3패12홀드 평균자책점 6.44로 데뷔 후 가장 부진한 성적을 냈다. 4월28일 발표된 아시안게임 예비 명단에는 있었지만 6월9일 최종 엔트리 24명(투수 12명)에서 제외됐다.
시즌 전부터 100% 컨디션이 아니었는데 결국 팔꿈치가 못 버텼다. 후반기 구위 저하로 2군에 한 번 다녀왔지만 복귀 후 후에도 고전했다. 결국 지난 9일 1군 엔트리 말소 후 서산 재활군으로 이동했고, 토미 존 수술을 결정하면서 시즌 아웃과 함께 2년 후를 기약하게 됐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아시안게임도 있고) 본인이 최대한 끝까지 해보려고 했다”며 “1군에서 풀타임을 뛰는 투수들은 칼을 한 번도 안 대기 어렵다. 요즘은 의학이 워낙 발달하기도 해서 선수들이 (수술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수술을 한 뒤 초기 재활을 어느 정도 해놓고 입대 날짜를 잡을 것이다. 그래야 복귀할 때 조금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태극마크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수술과 입대 수순을 밟게 된 강재민이지만 아직 26살로 젊다. 군대를 다녀와도 29살. 투수 같은 경우 군복무 기간이 재충전 시간이 될 수 있다. 같은 팀 선배 정우람도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들지 못해 공익근무요원으로 2년간 병역 의무를 마치고 서른을 넘긴 뒤에야 2015년 프리미어12, 2018년 자카라트-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태극마크 꿈을 이뤘다. 강재민에게도 앞으로 기회는 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