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소집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아직 선수 추가 교체 가능성이 남아있다. 직접 대전을 찾아 이의리(21·KIA)의 복귀전 투구를 본 류중일 대표팀 감독이 어떠한 선택을 내릴지 궁금해진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경기력향상위원회와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1일 대표팀 선수 교체를 발표했다. 발목 수술로 시즌 아웃된 외야수 이정후(키움) 자리에 김성윤(삼성)을, 왼팔 척골 피로골절 여파로 정상 구위를 보여주지 못한 투수 구창모(NC) 대신 김영규(NC)를 발탁했다.
그러면서 KBO는 ‘두 선수 이외에도 다른 대표 선수 중 부상의 영향으로 경기력이 저하됐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몸 상태를 면밀히 살펴 추가로 교체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23일 소집돼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훈련에 들어가는 대표팀에는 22일이 최종 엔트리 결정의 날이다.
12일 만에 1군 복귀 이의리, 류중일 감독 앞 5실점 난조
대표팀이 교체 여지를 남근 것은 결국 이의리 때문이다. 이의리는 지난달 22일 수원 KT전에서 왼쪽 어깨에 불편함을 느껴 4이닝 76구 만에 교체됐다. 이튿날 검진 결과 단순 염증으로 나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로테이션을 한 번 건너뛰었다. 지난 3일 문학 SSG전에 복귀했지만 9일 광주 LG전에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왼손 중지 굳은살이 벗거져 5회 투구 중 교체됐다.
다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이의리는 21일 대전 한화전에 복귀전을 가졌다. 큰 부상이 아니었지만 아시안게임이 다가오면서 대표팀의 불안 요소로 떠올랐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도 이날 경기가 치러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직접 찾았다. 조계현 KBO 전력강화위원장, 김동수 배터리코치와 함께 백네트 뒤쪽 중앙석에 나란히 앉아 이의리의 투구를 관찰했다.
복귀전인 만큼 투구수 30~40개를 계획하고 마운드에 오른 이의리. 1회 스타트는 ‘KKK’로 좋았다. 이진영, 최인호, 노시환을 연이어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이진영과 최인호는 슬라이더로, 노시환은 커브로 헛스윙을 뺏어냈다.
그러나 2회 갑자기 난조를 보였다. 선두 닉 윌리엄스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한 게 발단. 6구째 직구가 바깥쪽 낮게 잘 들어갔지만 볼 판정을 받았다. 이어 채은성에게 4구째 직구가 몸쪽 깊게 들어가 몸에 맞는 볼이 돼 주자가 쌓였다. 김태연의 3루 내야 안타로 이어진 무사 만루 위기에서 정은원에게 2타점 우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도윤을 2루 땅볼 유도했지만 무리하게 병살을 노린 유격수 김규성의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3루 주자가 홈을 밟고, 1사 3루 상황이 이어졌다. 최재훈에게 풀카운트 볼넷을 내준 이의리는 1사 1,3루에서 강판됐다. 1⅓이닝 2피안타 2볼넷 1사구 3탈삼진 5실점(4자책). KIA가 8-14로 패하면서 이의리는 시즌 7패(10승)째를 당했다. 평균자책점은 4.19에서 4.47 상승.
이날 이의리의 총 투구수는 45개로 스트라이크(24개), 볼(21개) 차이가 크지 않았다. 직구 구속은 최고 147km, 평균 144km. 직구(20개)보다 슬라이더(15개), 체인지업(9개), 커브(1개) 등 변화구 구사 비율이 높았다. 시즌 전체로 보면 직구 구사 비율이 60.2%에 달하지만 이날은 변화구 위주로 던졌다.
근심 안고 떠난 류중일 감독, 마지막 교체 카드 꺼낼까
이의리가 마운드에서 내려가자마자 류중일 감독과 대표팀 스태프도 곧장 자리를 떴다. 이의리를 보는 게 목적이었던 때문에 굳이 더 경기장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었다. 이의리에게서 기대했던 투구를 보지 못한 류중일 감독은 근심, 걱정을 안은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의리를 교체해도, 교체하지 않더라도 고민은 계속 안고 가야 할 상황이다.
현재 대표팀 선발투수는 박세웅, 나균안(이상 롯데), 곽빈(두산), 원태인(삼성), 문동주(한화), 장현석(용마고) 등 오른손 일색이다. 왼손 에이스로 기대가 구창모가 끝내 낙마하면서 이의리가 유일한 왼손 선발로 남아있다. 좌타자들이 많은 일본에 맞춤형 선발로 나설 왼손 부족이 대표팀 고민으로 떠올랐다.
이의리를 교체하지 않는다면 컨디션 회복에 모든 집중을 다해야 한다. 5이닝 이상 던진 게 지난달 16일 광주 키움전(6이닝)이 마지막으로 한 달이 지났다. 대표팀 합류 후 투구수 늘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제구가 들쑥날쑥한 투수라 일본전 같은 중요 경기에 100% 믿고 맡기기 어렵다. 지금 컨디션이라면 더더욱 걱정이 앞선다.
이의리를 교체한다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지난 4월28일 발표한 예비 명단에 왼손 선발 자원으로는 오원석(SSG), 김윤식(LG), 윤영철(KIA)이 있다. 김윤식의 경우 LG가 팀당 3명 제한을 가득 채워 발탁이 힘들다. 오원석은 24경기(120⅔이닝) 6승9패 평균자책점 5.59로 부진하다. 윤영철은 22경기(106⅔이닝) 8승6패 평균자책점 4.22로 신인치곤 좋은 성적이지만 대표팀 선발로는 무게감이 떨어진다.
굳이 왼손 투수에 국한되지 않고 오른손까지 범위를 넓혀도 눈에 확 띄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6월말부터 구원에서 선발로 보직 전환해 로테이션에 안착한 이정용도 LG 소속이라 발탁이 어렵다. 정 안 되면 아예 투수가 아니라 다른 포지션으로 대체할 수 있다. 소집 전날까지 선수 교체를 놓고 큰 고민을 안게 된 류중일 감독과 대표팀의 마지막 결정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