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1순위 좌완 투수 블레이크 스넬(31·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7이닝 노히터로 압도적인 투구를 했지만 승리와 인연이 닿지 않았다. 노히터 기록 도전도, 승리도 쿨하게 포기했다.
스넬은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벌어진 2023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동안 볼넷 4개를 내줬지만 삼진 10개를 잡으며 무실점 노히터 투구를 펼쳤다.
1회부터 3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시작한 스넬은 2회 볼넷 2개로 무사 1,2루가 됐지만 연속 삼진과 내야 땅볼로 위기를 극복했다. 3~4회 연속 삼자범퇴 후 5회 볼넷, 폭투로 이어진 2사 2루에서 브렌튼 도일을 유격수 땅볼 유도했다.
6~7회에도 안타 없이 무실점으로 막은 스넬은 총 투구수 104개를 던지고 내려갔다. 최고 97.9마일(157.6km), 평균 96.9마일(155.9km) 포심 패스트볼(44개) 중심으로 커브(38개), 체인지업(21개), 슬라이더(1개)를 섞어 던졌다.
그러나 샌디에이고 타선도 7회까지 무득점으로 꽁꽁 막혔고, 스넬은 8회 시작과 함께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다. 투구수가 100개를 넘긴 만큼 9이닝 노히터 기록을 노리긴 힘들었지만 적어도 8회까지 던져 선발승은 노려볼 만했다.
하지만 스넬은 욕심을 내지 않았다. ‘MLB.com’에 따르면 7회 투구를 마치고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은 덕아웃에서 스넬과 대화했다. 멜빈 감독은 교체를 마음먹었는데 스넬도 “9회까지 던지긴 힘들다”며 쿨하게 교체를 받아들였다.
멜빈 감독과 웃으면서 포옹한 스넬은 “내 몸은 내가 정말 잘 안다. 오늘 얼마나 열심히 던졌는지도 알고 있다”며 “노히터는 대단한 기록이고, 그렇게 하기 정말 어렵지만 건강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노히터는 개인의 영예일 뿐”이라고 말했다. 스넬은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도 얻는다. 어느 때보다 건강이 중요한 시점이라 굳이 노히터에 욕심을 낼 필요가 없었다.
이날까지 스넬은 올 시즌 31경기(174이닝) 14승9패 평균자책점 2.33 탈삼진 227개 피안타율 1할8푼1리를 기록했다. 내셔널리그(NL) 평균자책점·피안타율 1위, 탈삼진 2위로 사이영상 유력 후보로 자리잡았다. 리그 최다 97개의 볼넷을 허용하면서도 압도적인 구위로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2018년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 이후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