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연전을 피했지만 또 9연전이 성사됐다. 그러나 일단 지금의 9연전이 불발되며 강행군을 치르던 선수들이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더군다나 이날은 1109일 만에 선발 마운드에 오르는 ‘임시 카드’ 하준호의 등판 차례였다. KT 이강철 감독이 모처럼 환한 미소를 지은 이유다.
KT 위즈는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시즌 14번째 맞대결이 우천 취소됐다. 오후 내내 폭우가 쏟아졌고, 경기장이 위치한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에 21일 새벽까지 비 예보가 내려지며 경기 개시 약 2시간을 앞두고 일찌감치 취소가 결정됐다. 취소된 경기는 내달 2일 재편성된다.
KT 입장에서는 반가운 비였다. 지난 16일부터 이른바 ‘죽음의 9연전’ 중인 KT는 17일 대전 한화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KBO리그 역대 최장시간인 204분 우천 중단을 겪었다. 하필이면 원정 라커룸이 가장 열악한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장기 대기를 겪으며 선수단이 극심한 체력 저하를 호소했다. 16일 토요일 경기 우천 취소로 18일 월요일 경기까지 치렀다.
다만 이날 취소로 KT는 내달 초 다시 죽음의 9연전을 맞이하게 됐다. 취소된 경기가 10월 2일 재편성되며 10월 1일부터 8일까지 9경기를 연달아 해야 한다. 4일 수원 KIA전이 더블헤더이며, 8월 30일 취소된 수원 삼성전이 10월 6일에 편성됐다.
그럼에도 사령탑은 이날의 비를 반겼다. 현장에서 만난 KT 이강철 감독은 “그래도 오늘 취소는 좋다”라고 웃으며 “어차피 오늘 경기를 해도 9연전, 못해도 9연전이다. 대전에서 오랫동안 경기를 기다린 게 컸다. 그 시간이었으면 한 경기를 더 했다. 사실상 10연전을 한 느낌이다. 선수들이 많이 지쳐 있다”라고 말했다.
KT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3위 NC에 1경기 앞선 2위(70승 3무 55패)를 유지 중이다. 이달 초 4연패를 딛고 최근 7경기 5승 2패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플레이오프 직행의 희망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이 감독은 “지금의 순위를 지키려면 1, 2, 3선발이 나가는 경기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앞으로 남은 경기서 2승 1패씩만 해주면서 5할 승률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3위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반가운 우천 취소로 한숨을 돌린 KT는 21일 홈에서 롯데와 시즌 마지막 맞대결(16차전)을 치른다. 배제성(KT)과 나균안(롯데)의 선발 맞대결이 예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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