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의 19승 외국인 에이스 에릭 페디(30)에게 투수 3관왕, 정규시즌 MVP보다 더 큰 꿈이 생겼다. 남은 23경기에서 2위 KT와 1위 LG를 끌어내리고 정규시즌 1위에 올라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것이다.
페디는 지난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의 시즌 13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1볼넷 12탈삼진 무실점 106구 역투로 시즌 19승(6패)째를 신고했다.
최고 154km의 투심(45개)을 비롯해 커브(46개), 커터(12개), 체인지업(3개) 등을 적재적소에 곁들여 시즌 18번째 퀄리티스타트를 손쉽게 달성했다. 종전 11탈삼진(4월 30일 대전 한화전, 9월 5일 창원 키움전)을 넘어 한 경기 개인 탈삼진 신기록까지 수립한 하루였다.
경기 후 만난 페디는 “오늘 경기는 두산이 순위에서 바로 뒤에 있는 팀이라는 생각 하나로 경기에 임했다. 전력투구를 했는데 이렇게 이겨서 매우 만족스럽다”라며 “물론 원했던 로케이션이 아니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포수 김형준이 프레밍을 잘해준 덕분에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었다”라고 19승 달성 소감을 전했다.
페디는 9회 마무리 이용찬의 난조로 하마터면 승리를 날릴 뻔 했다. 이용찬이 2-0으로 앞선 9회 2사 후 양의지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뒤 호세 로하스를 2루수 박민우의 포구 실책으로 내보냈기 때문. 그러나 후속 강승호를 유격수 땅볼로 잡고 동점 허용 없이 경기를 끝냈다.
페디는 “이상하게도 9회 평온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내가 19승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수비와 불펜투수들 덕분이었다. 계속 그런 믿음을 갖고 9회를 지켜봤다”라고 팀원들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시즌 기록을 26경기 19승 6패 평균자책점 2.13로 한껏 끌어올린 페디는 다승(19승), 평균자책점(2.13), 탈삼진(181개) 부문 1위를 유지하며 투수 3관왕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역대 3관왕을 달성한 투수는 선동열(1986, 1989~1991년), 류현진(2006년), 윤석민(2011년) 등 3명뿐이다. 페디가 3관왕을 해내면 외국인선수 역대 첫 기록이 된다.
페디는 “솔직히 생각 안 하면 거짓말인데 개인보다 팀을 생각하고 싶다. 팀이 날 필요로 하며, 조금이라도 좋은 투구를 놓치면 트리플 크라운은 날아간다”라며 “감독님께서 필요로 하는 타이밍에 언제든지 던질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플레이오프를 생각하면 조금 휴식기를 갖고 싶지만 언제든지 팀을 위해 투구할 수 있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정규시즌 MVP 수상과 관련해서도 “올 시즌 NC가 가을야구에 적합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는데 팀원들과 좋은 경기를 해왔고, 오늘(19일)처럼 좋은 경기한다면 MVP를 꼭 수상하고 싶다. 수상한다면 MVP 영예를 팀원들과 구단에 돌리겠다”라고 의욕을 보였다.
페디를 등에 업은 3위 NC는 이날 결과로 최근 2연승, 화요일 6연승을 질주하며 4위 두산을 3.5경기 차이로 따돌리고 2위 KT와의 격차를 1경기로 유지했다.
페디는 “쫓아오는 팀을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라며 “LG와 KT를 끌어내리고 정규시즌 1위로 포스트시즌에 가면 그만큼 좋은 건 없을 것 같다”라고 한국시리즈 직행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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