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9라운드가 천적 징크스를 풀었다.
LG는 1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4-3으로 승리했다. 올해 두각을 나태낸 무명의 24살 이지강이 5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친 것이 결정적인 승인이었다.
경기전 염경엽 LG 감독은 "KIA를 만나면 이상하게 꼬인다. 1년에 그런 팀들이 한 두 팀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NC와 KIA에게 팀간 전적에서 열세이다. 전날까지 양팀에 각각 6승8패를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 8~10일 KIA와 광주 4연전에서 먼저 1승을 하고 더블헤더를 포함해 3연패를 당했다. 염 감독은 "그때가 위기였다. 만일 다음 경기에서 졌다면 연패에 빠졌을 것이다. 다행이 이겨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지강이가 잘 던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상대가 좌완 양현종인만큼 쉽지 않는 경기가 될 수 있지만 이지강이 선발투수로 이닝을 막아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었다.
2019년 2차9라운드에 뽑힌 이지강이 그 꼬인 실타래를 풀었다. 최원태가 구위 조정을 위해 2군으로 내려가자 이지강을 대체 선발로 기용했다. 셋업맨으로 활약했으나 5월 한 달 선발투수로 인상적인 투구를 했던 경험이 있었다.
발군의 안정감을 보여주었다. 1회 2사후 나성범과 최형우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김선빈을 2루 땅볼로 유도했다. 3회도 2사후 김도영 볼넷, 나성범 우전안타를 내주었으나 최형우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2회와 4회는 삼자범퇴로 막았고 5회도 2사후 최원준 안타를 내주고 김도영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등판을 마쳤다. 두 번의 위기에서 적시타를 내주지 않으며 영의 행진을 계속했다. 바통을 김진성에게 넘기고 등판을 마쳤다.
최고 145km짜리 직구(43구)를 위주로 체인지업(19구) 슬라이더(6구)커브(4구)를 던지며 KIA 강타선을 잠재웠다. 이후 김진성,백승현 등이 뒤를 이어 1실점을 막고 승리를 지켜주었다.
타선에서도 문보경이 솔로홈런과 3점 홈런을 터트려 승리 요건을 만들어주었다. 입단 5년째에 데뷔 첫 승을 선발승으로 낚는 감격을 누렸다.
8회 2점을 추격당하고 한 점차로 앞선 9회말 1사 1,3루가 되자 가슴을 졸일 수 밖에 없었다. 마무리 고우석이 위기에서 김도영을 2루 병살로 유도하고 경기를 끝내가 환해게 웃을 수 있었다.
이지강은 "정말 첫 승하기 힘들구나 혼자서 계속 생각했다. 마지막에 잘 던지고 잘 막아주었다. 내가 첫 승을 한 건지 믿기지 않는다. 너무 뿌듯하다. 승리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도 많다. 프로에서 1승을 정립했다는 것이 너무 영광이고 기쁘다"고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작년 10월 광주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잘 던진 적이 있었다. 그때 생각이 났다. 작년에도 잘 던졌으니 오늘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올라왔던 것이 좋았다. 1회부터 위기가 있어지만 정타안타는 없었다. 내 공이 좋고 쫄지 않고 바로 바로 승부에 들어간 것이 좋았다'며 호투의 비결을 설명했다.
이지강은 9라운드에 지명을 받았지만 당당했다. "들어돌때 순서가 정해졌지만 나갈 때는 순서가 없다고 들었다. 마음속에 항상 새기고 있다. 9라운드에 들어와던 1라운드에 들어왔든 상관없다. 언제가 기회가 오면 준비하는 사람이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다. (하위 라운더들도) 성공사례 보면서 다들 끝까지 야구하면 좋겠다"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