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만 말라".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주전 포수 양의지에 대한 주문은 딱 한 가지이다. "아프지만 말라"는 것이다. 이 말이 양의지에 대한 무한신뢰가 담겨져 있다. 지난 스토브리그 FA 시장에서 역대 최고액 152억 원을 주고 재영입한 두산 박정원 구단주의 염원이기도 할 것이다.
양의지는 두산에서 절대적인 존재이다. 양의지가 아프면 팀 전력은 급강하하다. 양의지가 아픈 적이 있었다. 8월8일부터 21일까지 딱 2주일간 빠진 적이 있었다. 두산은 10경기에셔 3승7패로 내려앉았다. 이 기간 중 꼴찌 성적이었다. 팀타율 2할3푼7리, 팀방어율 5.11에 불과했다.
양의지가 돌아오자 다시금 정상전력이 됐다. 8월22일 부터 9월18일까지 14승6패를 기록했다. 13승5패의 NC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2등이다. 더군다나 최근 7연승까지 달렸다. 타격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이 기간중에 2할5푼6리, 2홈런, 9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 KIA와의 3연전에서 솔로포와 투런포 등 2경기 연속 홈런을 날리며 회복조짐을 보였다.
모두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홈런이었다. 15일은 선제 적시타 포함해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더니 17일 2차전은 9회초 쐐기 솔로포를 가동했다. 18일 3차전은 3회 로하스의 스리런포에 이어 투런포를 터트려 승기를 가져왔다. 괜히 4번타자가 아니었다.
주루에서는 여우같은 곰의 모습도 보였다. 2-5로 뒤진 5회초였다. 1사후 좌전안타로 출루했다. 김재환의 풀카운트(볼넷)에서 2루까지 자동 앤드런으로 뛰었다. 시프트를 위해 유격수 자리로 이동한 KIA 3루수(최정용)가 2루를 커버하느라 3루를 비워놓자 곧바로 3루까지 내달렸다. 경기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한 센스였다. 결국 두산은 8-6으로 승리했다.
양의지가 다시 마스크를 쓰면서 팀 마운드도 좋아졌다. 자리를 비운 사이 방어율 5.11이었으나 복귀 이후 3.24로 끌어내렸다. 이 기간 중 롯데(2.98)에 이어 2위이다. 타자들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볼배합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KIA 리드오프로 나선 김도영은 3경기에서 양의지의 몸쪽 공략에 막혀 13타수 1안타에 병살타만 2개 먹었다. 김도영에게는 악마와도 같은 존재였던 셈이다.
이승엽 감독은 "현역 시절 상대했을 때 집요함이 있다. 약점을 끝까지 공략한다. 몸쪽에 약한타자에게 무모할 정도로 몸쪽을 요구한다. 나도 힘들었다. 왠만하면 어떤 볼이 오는지 계산하고 생각하는데 예상이 안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대단한 포수였다. 내가 은퇴후 5년 동안 또 경험이 쌓였다"며 극찬했다.
이어 "첫 날 주루를 보셨으면 알 것이다. 센스있고 머리 잘 쓰고 똘똘하게 야구한다. 발이 빠르지 않아서이지 빨랐다면 휘젓고 다녔을 것이다. 이미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만큼 훌륭한 선수이다. 역대로 훌륭한 선배들 계시지만 공격과 수비 토탈해 야구선수로 최고선수와 견줄 만큼 높은 위치에 올라 갈 것이다"며 경의를 보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