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분이라는 역대 최장 중단 시간을 겪은 KT 이강철 감독이 경기 재개 후 선발 웨스 벤자민이 다시 마운드에 오른 것과 관련해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7일 대전 한화와의 더블헤더 2경기를 독식한 KT. 그러나 2차전에서 기습적으로 내린 폭우로 인해 KBO리그 역대 최장인 204분 동안 경기가 중단되며 선수단 전체가 적지 않은 데미지를 입었다. 하필이면 원정 라커룸 시설이 가장 열악한 대전에서 3시간 이상 대기하며 선수단 전체가 별도의 휴식 공간 없이 더그아웃에서 경기가 재개되기를 기다렸다. 선수들은 물론 감독, 코치들까지 체력 소모가 극심했다.
18일 대전 한화전에 앞서 만난 이 감독은 “결과적으로 경기를 이겼지만 나 또한 경기 재개를 바라지 않았다. 중단되는 동안 LG-SSG 경기를 다 봤는데도 그라운드 정비 작업이 안 끝났더라. 취소를 바랐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이 감독이 가장 큰 불만이었던 부분은 경기 재개 후 다시 마운드에 오른 선발 벤자민이었다. 벤자민은 3-1로 앞선 5회 선두 문현빈 타석 때 7구를 던진 뒤 우천 중단되며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이후 무려 3시간 24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어깨가 식을 대로 식었지만 경기 재개 후 다시 등판해 문현빈과의 승부를 이어갔다. 벤자민은 공 2개를 더 던진 뒤 볼넷을 내주고서야 손동현과 교체됐다. 77km 커브에 이어 97km 직구로 간신히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야구규칙 5조 10항에 따르면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 투수가 이닝 처음에 파울 라인을 넘어서면 그 투수는 첫 번째 타자가 아웃이 되거나 1루에 나갈 때까지 투구를 완료해야 교체될 수 있다. 벤자민이 3시간 24분의 기다림 뒤에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 감독은 “해당 규정은 바꿀 필요가 있다. 1~2시간 기다렸다가 던지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무 의미가 없는 룰이다”라고 힘줘 말하며 “만일 볼넷 내보낸 주자가 홈을 밟았다면 자책점이 올라가는 것이다. 부상이라도 당했다면 선수 생명에 지장이 갈 수 있다. 30분이 지나면 기존 타자를 상대할 필요가 없는 쪽으로 규정이 바뀌길 바란다.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다”라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한편 한화 선발 이태양을 만나는 KT는 김민혁(우익수)-황재균(3루수)-강백호(지명타자)-앤서니 알포드(좌익수)-장성우(포수)-배정대(중견수)-이호연(2루수)-오윤석(1루수)-김상수(유격수) 순의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엄상백의 대체 선발 김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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