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대약진을 이끈 ‘복덩이’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3)가 KBO리그 최초 ‘승률 100%’ 선발 10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보 슐서의 대체 선수로 KT에 돌아온 쿠에바스는 지난 6월17일 수원 삼성전에 시즌 첫 등판을 가졌다. KT의 올해 61번째 경기로 정규시즌의 41.7%를 소화한 시점에 들어왔는데 198일 만에 벌써 9승을 거뒀다.
지난 17일 대전 한화전 더블헤더 1차전에서 쿠에바스는 7이닝 7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9승째를 따냈다. 15경기 만에 수확한 9승으로 그 사이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KT는 올해 쿠에바스가 나선 15경기에서 11승4패로 승률이 7할대(.733)에 달한다. 4패 모두 구원패로 쿠에바스의 패전은 아니었다.
시즌 중간에 들어와 규정이닝 충족이 어려운 쿠에바스지만 1승만 더하면 ‘승률왕’ 타이틀 획득이 유력하다. KBO 규정상 투수 승률상은 규정이닝에 관계없이 10승 이상 거둔 투수 중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진다.
지금까지 100% 승률로 타이틀을 가져간 투수는 2명밖에 없다. 1992년 삼성 오봉옥이 13승 무패로, 2002년 삼성 김현욱이 10승 무패로 승률왕에 올랐다. 당시 두 투수 모두 보직이 구원이었다.
1992년 오봉옥은 38경기(126⅔이닝) 13승2세이브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했다. 선발로도 3경기 나서 완봉 한 번 포함 2승을 따냈지만 나머지 11승은 구원승이었다. 2002년 김현욱은 64경기(76⅔이닝) 모두 구원등판, 10승2세이브9홀드 평균자책점 2.11의 성적을 냈다.
쿠에바스는 15경기 모두 선발로 나섰고, 9승 전부 선발승이었다. 1승 더 선발로 하면 KBO리그 역대 최초로 선발 10승으로 ‘무패 승률왕’이 될 수 있다. 남은 시즌 KT가 18경기를 남겨놓은 가운데 쿠에바스는 4경기 정도 추가 등판이 예상된다. 여기서 한 번도 지지 않으면서 1승을 추가해야 한다.
올해 쿠에바스의 기세와 안정감이라면 못할 게 없다. 복귀 후 15경기(91⅓이닝) 중 11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하며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 중이다. 쿠에바스가 시즌 첫 등판을 할 때만 해도 8위였던 KT 순위도 3개월 만에 6계단 올라 지금은 2위다.
17일 KT의 한화전 더블헤더 독식도 1차전 쿠에바스의 호투가 발판이 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1차전 승리 후 “쿠에바스가 (더블헤더 2차전을 앞두고) 간결하고 공격적인 투구로 야수들의 피로도를 줄여준 부분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1차전 7-0 완승 이후 2차전에도 KT는 5회말 우천으로 인한 KBO 역대 최장 3시간24분(204분) 중단을 딛고 3-1로 승리했다.
1차전 승리 후 쿠에바스는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타자와 승부하려고 했던 게 효과적이었다. 더블헤더인 만큼 최대한 마운드에서 오랜 이닝을 책임져 불펜에 힘을 주고 싶었다. 김태연에게 볼넷 2개를 내줘 1이닝 더 던질 수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못한 게 아쉽고, (팀원들에게) 미안하다”며 “나뿐만 아니라 선수단 모두 개인 기록보다 팀이 더 높은 순위로 가을야구에 나가는 것만 생각한다. 지금 당장 팀 승리에 집중하면 10승 등 개인 기록들도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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