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에인절스는 지난 여름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6일 앞두고 ‘뜨거운 감자’ 오타니 쇼헤이(29)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양한 트레이드 제안을 받았지만 내부 논의 끝에 오타니를 보유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트레이드 시장 구매자로 즉시 전력 영입에 나서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최대 약점인 마운드 보강을 위해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올스타 선발 루카스 지올리토와 불펜 레이날도 로페즈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트레이드가 이뤄진 7월27일(이하 한국시간) 당시 에인절스는 52승94패로 아메리칸리그(AL) 와일드카드 6위였는데 3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경기 차이로 가을야구 희망이 살아있을 때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베테랑 1루수 C.J. 크론, 외야수 랜달 그리칙도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며 가을야구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지만 한 달 만에 처참한 실패로 결론이 일찍 나왔다. 트레이드 핵심 선수였던 지올리토가 에인절스 이적 후 6경기 1승5패 평균자책점 6.89로 크게 부진했다.
유구골 골절상으로 수술을 받아 장기 이탈한 마이크 트라웃의 공백 속에 타자 오타니가 집중 견제를 받았고, 에인절스 성적은 급속도로 떨어졌다. 승부처였던 8월에 에인절스는 8승19패(.296)로 승률이 3할도 되지 않았다. 오타니마저 8월24일 신시내티 레즈전 더블헤더 1차전에서 2회 팔꿈치 통증으로 강판된 뒤 인대 손상이 발견돼 투수로서 시즌이 끝났다.
에인절스의 실낱같은 희망마저 완전히 사라진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6일이 지난 뒤인 8월30일 에인절스는 지올리토, 로페즈, 그리칙 등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수들을 포함해 베테랑들을 웨이버 공시하며 일찌감치 선수단 정리 작업에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투수로 시즌 아웃된 뒤 지명타자로 계속 뛰던 오타니도 9월5일부터 오른쪽 복사근 염좌로 이탈했다.
큰 부상이 아닌 줄 잘았지만 차일피일 복귀를 미룬 오타니는 결국 17일 부상자 명단에 올라 타자로서 시즌도 허무하게 끝났다. 오타니 공백 속에 에인절스는 9월에 4승11패(.267)로 승률이 더 떨어졌다. 17일까지 68승81패(.456)로 가을야구 꿈이 물건너갔다.
결과적으로 에인절스에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시즌이 됐고, 트레이드 마감 시한 때 오타니를 트레이드했어야 했다. 시즌 후 FA가 되는 오타니를 잔류시킬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었고, 트레이드 카드로 썼다면 유망주들을 받아 미래를 기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을야구 싸움을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실패했고, 오타니가 FA 이적하면 기껏해야 드래프트 지명권 1장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오타니의 시즌 아웃을 발표한 17일, 에인절스타디움에서 ‘MLB.com’ 등 현지 취재진을 마주한 페리 미나시안 에인절스 단장에게도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미나시안 단장은 “그 당시 우리가 처한 상황 고려하면 옳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와서 보면 오타니를 트레이드해야 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당시의 순위와 경기력을 생각하면 트레이드하지 않는 게 옳은 판단이었다. 같은 상황이 다시 온다고 해도 그 판단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며 오타니를 팔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결과가 최악이지만 그때 당시로는 승부를 걸어볼 할 만했고,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여전히 오타니와 FA 재계약에 대한 희망도 버리지 않았다. 미나시안 단장은 “오타니는 이곳에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2021년부터 풀타임 투타겸업으로) 역대 최고의 3년을 보냈다. 팀원과 팬 그리고 팀과 함께했던 시간이 좋았을 것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크고, 소통도 잘 이뤄졌다. 그가 오랫동안 이곳에 남았으면 좋겠다”며 잔류를 바랐다.
현실적으로 오타니가 남을 일은 없다. 이대로 오타니가 팀을 떠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나시안 단장은 “아직 정규시즌이 2주 정도 남았다. 내년 시즌 구상은 그 후에 하겠지만 모든 일에 대비해야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젊은 선수들을 좋아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가고 싶다”며 “올해는 말이 안 되는 시즌이었다. 그동안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많은 것을 배웠고, 개선해야 할 점도 찾았다”는 말로 올해의 실패를 거울삼아 팀을 잘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