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운드 지명의 기쁨을 만끽하던 찰나 롤모델과 즉석 전화 연결이 되며 고교 시절 꿨던 모든 꿈이 이뤄졌다. 부산고 에이스 원상현은 2023년 9월 14일 '행복한 성덕'이 됐다.
원상현은 지난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4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7순위로 KT 위즈 지명을 받았다. KT 구단은 “원상현은 탁월한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최고 구속 150km의 강속구와 안정적인 변화구를 갖춘 우완 투수다. 마운드에서 공격적인 투구 등 경기운영 능력도 우수한 즉시 전력감 투수다”라며 원상현을 향한 기대를 드러냈다.
원상현은 1년 전 고교야구 전국대회의 영웅이었다. 2학년이었던 지난해 9월 1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0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강릉고와의 결승전에 선발 등판해 8⅓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 105구 역투 속 부산고 우승 주역으로 우뚝 섰다. 추신수(SSG), 정근우(은퇴) 등 1982년생이 활약했던 2000년 대통령배 우승 이후 22년 만에 전국 제패를 이끈 순간이었다. 최우수선수상, 우수투수상은 당연히 그의 차지였다.
신인드래프트날 원상현의 KT 지명 소감이 화제가 됐다. 부산 사나이인 그의 프로야구 롤모델이 롯데가 아닌 KT 소속의 소형준이었기 때문이다. 원상현은 “KT 위즈에 입단하게 돼서 기쁘다. 고등학교 1학년까지 마무리를 하다가 소형준 선수를 보면서 선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소형준 선수처럼 미래에 팀과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소형준 또한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20 신인드래프트에서 KT 1차 지명을 받았다. 소형준은 첫해 13승을 거두며 신인왕을 차지했고, 이듬해 2년차 징크스 속에서도 24경기 7승 7패 평균자책점 4.16을 기록하며 생애 첫 우승반지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다시 13승 고지를 밟은 그는 올해 3경기 등판 이후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재활 중에 있다.
KT 구단은 신인드래프트 종료 후 1라운더 원상현을 위한 특별 이벤트를 마련했다. 롤모델로 꼽은 소형준과 즉석 전화 연결을 성사시키며 신인 선수를 놀라게 한 것이다. KT 구단 유튜브 채널 ‘위즈티비’에 따르면 원상현은 예상치 못한 전화 통화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원상현은 “제가 진짜 형 마무리를 좋아했는데 선배님 보고 선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때부터 선발 보직을 맡았다. 솔직히 청소년 대표팀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형 보고 했다”라고 마음을 전했고, 이에 소형준은 “나는 그냥 1라운드라서 이야기한 줄 알았다. 영광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열심히 해서 1라운드 받은 거 축하하고,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니까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준비했으면 좋겠다”라고 조언을 건넸다. 원상현은 ”감사합니다 형님“이라며 감격했다.
소형준은 위즈티비 PD의 신인드래프트를 봤냐는 질문에 “재활하면서 봤다. (원상현이) 그냥 이제 투수이기도 하고 1라운드를 받았으니까 (롤모델이 소형준이라고) 그냥 예의상 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원상현이 “아닙니다. 선배님 저는 사회생활을 한 게 아니라 진심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들은 소형준은 ”고마워. 맛있는 거 사줘야겠네“라고 벌써부터 후배를 향한 애정을 뽐냈다. 원상현의 SNS 팔로우 제안에 따라 두 선수는 서로의 계정을 맞팔로우했다.
소형준은 구단을 통해 “긴장됐을 텐데 그런 큰 자리에서 내 이름을 언급해줘 고맙고 영광이다. 앞으로 팀에 합류해 훈련 같이 하고 경쟁하며 또 한 번의 우승을 위해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다. KT에 온 것을 환영한다”라고 다시 한 번 원상현의 KT 지명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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