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29)가 LA 에인절스 클럽하우스 라커에 짐을 뺐다. 아직 정규시즌이 끝나지 않았는데 오타니의 흔적이 사라지자 동료 선수는 당황했고, 현지 취재진은 에인절스 구단 홍보팀에 날선 반응을 보였다.
‘LA타임스’를 비롯해 현장을 커버하는 주요 언론들은 16일(이하 한국시간) 오타니가 에인절스 클럽하우스 라커에서 짐을 뺐다고 알렸다. 이날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이 끝난 뒤 취재진이 클럽하우스에 입장했을 때 오타니 라커가 비워진 것이 확인됐다.
LA타임스는 ‘오타니의 신발은 물론 친구와 팀 동료들로부터 받은 작인 개인 물품도 모두 사라졌다. 남은 것은 향수 한 병, 에인절스 셔츠 두 장, 에인절스 세면 도구 가방, 시애틀 올스타전 더블팩 그리고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물건들이 남긴 먼지 자국뿐이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어 ‘답을 찾기 위해 기자들은 클럽하우스에 30분 동안 머물렀다. 에인절스 구단은 내일(17일) 업데이트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말 외에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본 언론들은 조금 더 사실적으로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일본 야구전문매체 ‘풀카운트’는 ‘갑작스런 이별 같았다. 경기 후 오타니의 라커에 있던 배트, 스파이크 등 장비들이 사라졌다. 마치 시즌이 끝난 뒤인 것처럼 텅 빈 상태였다.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과 인터뷰를 마치고 클럽하우스에 모인 20여명 미일 취재진은 당황했다’고 전했다.
오타니와 1994년생 동갑내기 외야수 브렛 필립스는 “오타니는 어디로 갔나? 나도 모르겠다”며 당황스러워했다. 이날도 2-11 완패를 당한 에인절스의 가을야구는 일찌감치 물건너갔지만 시즌이 14경기 남은 상황에서 짐을 뺀 오타니를 두고 모두가 혼란에 빠졌다.
취재진도 날이 섰다. ‘디에슬레틱’ 에인절스 담당 샘 블럼 기자는 “오타니는 슈퍼스타”라며 에인절스 구단 홍보팀에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는 등 긴장감이 흘렀다. 이에 구단은 “지금은 설명할 수 없다. 내일 발표가 있을 것이다”고만 답했다. 오타니는 경기 후 클럽하우스가 취재진에 개방되기 약 10분 전 경기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오타니는 지난 4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이 마지막 출장. 그 다음날인 5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을 앞두고 타격 훈련 중 오른쪽 옆구리를 다쳐 염좌 진다을 받은 뒤 11경기 연속 결장했다. 이날도 디트로이트전을 앞두고 실내 배팅 케이지에서 훈련했지만 라인업에 들지 않았다. 당초 경미한 부상으로 이른 시일 복귀가 예상됐지만 차일피일 미뤄졌고, 결국 시즌 아웃이 유력해진 분위기다.
오타니는 지난달 24일 신시내티 레즈전 2회 투구 중 강판된 뒤 오른쪽 팔꿈치 인대 손상이 확인돼 투수로서 시즌이 끝났다. 2018년 10월 처음으로 토미 존 수술을 받았는데 그때 당시와 인대 부위가 달라 다른 종류의 수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 사이 오타니는 지명타자로 경기를 계속 뛰며 시즌 완주 의지를 보였지만 옆구리 부상이 온 뒤에는 투타 모두 휴업 중이다.
시즌 후 FA가 되는 오타니는 ‘위닝팀’으로 이적이 유력하다. 2018년부터 함께한 오타니와 에인절스의 6년 인연도 이렇게 아쉽게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오타니는 투수로 5시즌 통산 86경기(481⅔이닝) 38승19패 평균자책점 3.01 탈삼진 608개, 타자로 6시즌 통산 701경기 타율 2할7푼4리(2483타수 681안타) 171홈런 437타점 86도루 OPS .922로 맹활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