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폭우가 쏟아졌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가 8일간 더블헤더 포함 9경기라는 살인적인 일정을 낳았다.
16일 오후 5시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KT와 한화의 시즌 12차전은 오후 3시20분 일찌감치 우천 취소 결정이 났다. 전날 밤부터 내린 비가 이날도 하루종일 그치지 않았고, 3시를 넘어선 폭우로 돌변했다. 저녁까지 비 예보가 이어져 기다리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이날 취소된 경기는 18일 오후 6시30분 월요일 경기로 편성됐다. 이에 따라 KT와 한화는 17일 대전에서 더블헤더를 시작으로 24일까지 앞으로 8일간 쉬는 날 없이 무려 9경기를 연달아 치른다.
KT는 17~18일 대전 한화전, 19~21일 수원에서 각각 삼성, LG, 롯데를 상대한 뒤 22~24일 광주 KIA전이 예정돼 있다. 수원으로 한 번 올라갔다 다시 광주로 내려가는 일정. 한화는 대전 홈에서 17~18일 KT, 19~22일 각각 SSG, 롯데, KIA, 키움까지 대전에서 6일간 7경기를 치른 뒤 23~24일 잠실 LG전을 치른다.
이동 부담은 KT가 더 크다. 2위 수성이 급한 상황이라 8일간 9경기 강행군이 더욱 걱정된다. 우천 취소 결정이 되고 나서 취재진을 만난 이강철 KT 감독은 “머리가 아프다. 이렇게 되면 선발들이 다 4일 휴식 로테이션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16일까지 6일을 쉰 윌리엄 쿠에바스가 17일 더블헤더 1차전 선발로 들어간 뒤 2차전에 나설 웨스 벤자민부터 다음주 고영표, 배제성 그리고 다시 쿠에바스가 4일 휴식 턴으로 다음주를 나서야 한다. 순위 경쟁권에 있는 주말 KIA전을 생각하면 더욱 머리가 복잡해진다.
8위 한화는 순위 싸움이 급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뎁스가 얇은 팀이다 보니 부담스런 일정이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리카르도 산체스는 내일(17일) 더블헤더 1차전에 먼저 선발로 나간다. 이태양과 한승주, 둘 중 한 명이 2차전과 월요일(18일) 경기 선발로 나설 것이다”고 밝혔다.
8일간 9경기 강행군 자체도 무척 힘들지만 여느 해보다 밀린 경기가 많고, 궂은 날씨가 계속되면서 선수들이 부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도 염려된다. 무리해서라도 경기를 강행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15일 대전 LG-한화전 같은 빗속의 야구가 자주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원호 감독은 “어제(15일) 같은 경우 그라운드 상태가 상당히 안 좋았다. 비오는 날 투수는 축발, 디딤발 다 미끌리다 보니 릴리스 포인트가 왔다 갔다 한다. 비 오는 상황에선 로진을 손에 묻혀도 뭉친다. 땀 많은 투수는 더 힘들다. 야수는 말할 것도 없다. 그라운드에 물기가 있는 상태에서 수비나 주루를 할 때 상당히 위험하다. 잘못 하면 크게 다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