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8)이 도루를 하다 발목이 꺾였다.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었고, 경기를 끝까지 소화했다.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하성은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링센트럴 콜리세움에서 치러진 2023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원정경기에 1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 5타수 무안타 1볼넷 1도루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LA 다저스전 4타수 무안타 3삼진에 이어 2경기 연속 침묵한 김하성은 시즌 타율이 2할6푼8리에서 2할6푼6리(497타수 132안타)로, OPS는 .771에서 .764로 하락했다. 9월 12경기 타율 1할6푼(50타수 8안타), OPS .396.
비록 타석에선 힘을 쓰지 못한 김하성이지만 누상에서의 움직임은 여전히 활발했다. 6회 애드리안 마르티네스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 1루에 출루한 김하성은 다음 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타석 때 초구부터 냅다 2루로 뛰었다. 벤트레그 슬라이딩으로 여유 있게 살면서 시즌 36호 도루를 성공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하마터면 큰 부상을 입을 뻔했다. 평소에 하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대신 다리로 들어가는 벤트레그 슬라이딩일 했는데 뒷발이 가속도에 의해 베이스 앞에서 꺾였다. 왼발이었다. 2루에 잠시 주저앉은 김하성은 직접 일어났지만 얼굴을 찡그린 채 다리를 절뚝였다. 멜빈 감독과 구단 트레이너가 2루로 뛰어나와 김하성의 직접 상태를 살폈다.
트레이너 지시에 따라 김하성은 제자리 점프를 몇 번 했다. 이어 중견수 쪽으로 가볍게 러닝을 하고 난 뒤 ‘OK’ 사인을 냈다. 교체 없이 9회 마지막까지 경기를 다 소화했다. 도루 이후 계속된 공격에서도 2루 리드 폭을 길게 가져가며 투수 마르티네스를 괴롭혔다. 김하성이 계속 신경 쓰였는지 마르티네스는 3구째를 던지기 전 발을 빼며 2루를 바라보기도 했다.
김하성은 8회 수비에서 기막힌 호수비로 발목 상태에 이상 없음을 알렸다. 8회 1사에서 오클랜드 라이언 노다의 투수 옆을 빠져 투바운드된 까다로운 땅볼 타구를 백핸드로 잡은 뒤 경쾌한 러닝스로로 1루에 던져 아웃을 잡아냈다. 9회 마지막 이닝에도 2개의 땅볼 아웃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며 샌디에이고의 8-3 승리에 힘을 보탰다.
MLB.com에 따르면 경기 후 멜빈 감독은 “최근 들어 김하성이 그라운드를 밟을 때마다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많이 뛰었다”며 “발목을 조금 삐끗했던 것 같다. 다행히 상태가 괜찮아졌고, 남은 경기를 다 뛰었다. 괜찮아 보인다”고 안도했다.
멜빈 감독은 지난 13일 다저스전에서 김하성에게 후반기 첫 휴식을 주며 “그라운드에 나설 때마다 김하성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봐 걱정된다. 그는 작지만 열정과 의지를 갖고 열심히 플레이한다”면서 몸을 사리지 않는 김하성의 허슬 플레이가 혹시라도 부상으로 이어질까 우려했다. 괜한 말이 아니었다.
전력 질주할 때마다 헬멧이 벗겨지는 게 트레이드마크가 된 김하성은 올 시즌 크게 3번의 부상이 있었지만 공백이랄 게 없을 정도로 빠른 회복력을 보였다.
지난 5월26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자신의 파울 타구에 왼쪽 무릎을 맞은 여파로 통증이 있었지만 1경기만 쉬었다. 이어 6월8일 뉴욕 메츠전에선 주루사로 물러난 뒤 홧김에 덕아웃 물통을 걷어차다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다쳤지만 이번에도 1경기만 결장했다.
7월31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선 상대 포수와 홈 충돌로 오른쪽 어깨 통증이 발생했지만 바로 다음날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하는 의지를 보였다. 당시 김하성은 “100% 건강한 선수는 한 명도 없다. 경기에 뛸 수 있는 상태라면 매일 경기에 나가야 한다”며 강한 책임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