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많이 쳐야죠”.
커리어하이를 찍고 있는 KIA 타이거즈 외야수 이우성(29)이 만루홈런까지 쳤다. 지난 15일 두산 베어스와의 광주경기에서 1-2로 뒤진 4회말 무사 만루에서 브랜든 와델을 상대로 좌월 그랜드 슬램을 쏘아올렸다. 집요한 몸쪽 승부를 딛고 슬라이더를 통타해 짜릿한 손맛을 느꼈다.
데뷔 11년만에 나온 첫 만루홈런이었다. 올해 가장 의미있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한 방이었다. 만루포의 비결은 자신의 실수를 웃어 넘겨준 김종국 감독의 농담이었다. 2회 1사3루에서 3루 땅볼을 치고 1루에 전력질주했다. 상대 3루수의 악송구로 살아났다. 볼이 뒤로 빠지는 것을 보고 2루로 향하다 미처 1루심을 못보고 충돌해 이웃됐다. 죄송스러운 마음이 컸다.
“감독님께 죄송했다. 잘 말씀이 없으신 분인데 ‘기습번트 대려면 확실하게 대지’라며 웃으시더라.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삼진 먹는다고 생각하고 자신있게 휘둘렀는데 운좋게 홈런이 됐다. 외야 뜬공인 줄 일고 한 점은 뽑았다고 생각했는데 넘어갔다, 하늘에서 도와주었다”며 웃었다.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만루홈런 공을 회수했다. 곧바로 이범호 타격코치에게 기념글씨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이 코치는 KBO 최다만루홈런(17개) 보유자이다. 이제 하나 쳤으니 기를 받아 계속 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 코치의 배번(25번)도 물려받았다. “기념글씨를 적어달라고 했다. 정석대로 써 주셨다. 어릴 때부터 대전에서 봤던 분이다. 만루홈런 많이 치셨으니 나도 많이 치고 싶어서 사인해달라고 했다”며 웃었다.
이우성은 아직 규정타석을 소화한 시즌이 없다. 주로 백업으로 뛰었고 1군에 계속 있는 시간이 적었다. 때문에 체력관리의 의미가 없었다. “1군에 계속 있었던 것은 작년에 이어 올해이다. 체력관리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 지금도 선배와 야구 잘하는 친구, 후배들 보면서 따라하고 있다”며 웃었다.
올해도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주전과 백업을 오가느라 규정타석은 쉽지 않다. 대신 작년과 올해 풀타임 1군으로 뛰면서 자신감은 확실히 붙었다. “스타팅이든 후반에 나가든 결과에 신경쓰지 않고 자신있게 하려고 노력한다. 예전에는 안좋은 생각을 했는데 자신감 있게 하는 쪽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커리어하이 시즌인데도 개인 목표를 지웠다. “부상이 없어야 한다. 세 자리 수 안타 쳐보고 싶었는데 의식하는게 보이더라. 지금은 다시 마음을 되새겼다. 목표없이 편하게 하자는 것이 답이다..개인 목표를 삭제하니까 마음이 편하고 좋다. 오로지 팀 승리이다. 그래야 좋은 대우받고 팀 이미지 좋다. 팬분들도 야구장 많이 찾아와주실 것이다”고 말했다. 11년차 베테랑의 성숙함이 배여 있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