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한 사이클링히트, 생애 첫 그랜드슬램...29살 저니맨들의 특별했던 하루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3.09.16 12: 32

동갑내기 저니맨들이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지난 16일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팀간 13차전이 열린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는 두 타자가 많은 박수를 받았다. 경기는 역전을 주고 받는 대접전이었다. 결과는 두산이 8-6으로 승리하며 5연승을 질주했다. KIA 이우성(29)과 두산 강승호(29)에게는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경기였다. 두 선수는 2013년 프로 입단 동기생이다. 각각 두 번이나 이적하는 이력도 같다. 
이우성은 울다가 웃었다. 2회말 1사3루에서 브랜든 와델의 투구를 힘껏 당겼으나 3루수 앞 땅볼이었다. 3루주자를 불러들이는 타구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허경민이 1루 악송구를 하는 바람에 살았다. 공이 뒤로 빠지는 것을 보고 2루까지 달렸으나 주로를 비켜주지 못한 1루심과 충돌해 쓰러져 아웃됐다. 심판에게 화낼 수도 없고 애꿏은 이우성만 불운에 울었다. 

두산 강승호./두산 베어스 제공

KIA 이우성./OSEN DB

KIA 이우성이 그라운드에 주저않고 있다./KIA 타이거즈 제공
그러나 1-2로 뒤진 4회말 최고의 스윙을 했다. 무사 만루에서 브랜드에게 먼저 투스트라이크를 먹었다. 포수 양의지는 집요하게 몸쪽 승부를 펼치다 바깥쪽 체인지업을 주문했다. 이우성은 흔들리지 않고 볼카운트 2-2까지 끌고 갔다. 양의지는 회심의 몸쪽 슬라이더를 요구했고 브랜든은 정확하게 배달했다. 
이우성은 마치 슬라이더를 기다렸다는 듯이 포인트를 앞에두고 힘껏 방망이를 돌렸다. 타구는 포물선을 그리며 왼쪽 담장을 넘겼다. 파울이 될 수도 있던 코스의 볼을 완벽하게 받아친 것이었다. 시즌 7번째 홈런이 그랜드슬램이었다. 프로데뷔 이후 처음으로 맛보는 만루홈런이었다. 
올해 커리어하이를 찍고 있는 기세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한 방이었다. 국내최고 포수의 볼배합을 노림수로 공략했다. 그만큼 노하우와 타석에서의 대응력이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2할9푼7리 7홈런 40타점 34득점 8도루 OPS(장타율+출루율) 0.791. 두산과 NC를 거쳐 트레이드 5년만에 커리어하이를 찍고 있는 그에게는 기념비적인 만루홈런이었다. 
강승호는 '강승호이 날'을 제정했다. 8-6 역전극의 발판을 놓았다. 1회는 볼넷을 골랐다. 1-1로 팽팽한 3회는 2사후 좌월 솔로홈런을 터트려 리드를 가져왔다. 이우성의 만루홈런이 나온 직후 5회 공격에서 1사1,3루에서 우중간 3루타를 터트려 4-5로 추격했다. 자신도 허경민의 적시타로 동점득점을 했다. 
두산 강승호./두산 베어스 제공
여기에 끝나지 않았다. 7회는 1사후 좌익수 옆으로 빠지는 2루타를 날렸다. 사이클링히트에 단타 1개를 남겼다. 6-6으로 팽팽한 9회 1사1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단타도 좋지만 장타면 더 좋은 상황이었다. 결과는 투수 강습안타였다. 최초로 홈런-3루타-2루타-단타의 역순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한 것이다. "순위 경쟁을 하는 KIA와의 경기라 단타 보다는 장타를 노리고 들어갔다"며 사이클링히트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비록 단타를 쳤더라도 기록에 의미를 두지 않고 2루까지 노렸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메이저리그에도 10번 밖에 없는 리버스 내추럴 사이클링히트였다. 강승호도 LG에 입단해 SK로 이적했고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작년에야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올해는 활약도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KBO 최초 기록을 앞세워 커리어를 빛낼 것인지 주목된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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