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1라운드 지명 순간. 드래프트 현장이 술렁였다. 예상을 벗어난 깜짝 지명에 모두가 놀랐다. 지명을 받은 선수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비난을 받고 조롱을 당했다. 지난 2016년 10월 일본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신 타이거즈에 1라운드 지명된 우타 내야수 오야마 유스케(29)가 그 선수였다.
당시 오야마는 거포 3루수 자원으로 주목받았지만 1라운드 후보는 아니었다. 당초 투수 유망주 사사키 치하야(지바 롯데 마린스) 지명이 유력한 상황에서 한신이 갑자기 오야마로 선회하며 논란이 됐다. 거포가 필요한 팀 사정을 고려한 지명이라고 해명했지만 한신의 성난 팬심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했다.
하지만 오야마는 2018년부터 중심타자로 성장하며 주전으로 자리자밨고, 올해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 중이다. 2020년 28개, 2021년 21개, 2022년 23개로 3년 연속 20홈런 이상 넘겼다. 7시즌 통산 홈런 118개.
올 시즌도 한신의 129경기 모두 4번타자로 나서 타율 2할8푼4리(464타수 132안타) 14홈런 68타점 OPS .831로 활약하고 있다. 홈런은 다소 줄었지만 리그 최다 89개의 볼넷을 골라내며 개인 최고이자 리그 2위 출루율(.398)을 기록 중이다. 한신이 마지막으로 일본시리즈를 제패한 1985년 우승 주역 가케후 마사유키에 이어 38년 만에 한신의 전경기 4번 타자 기록 달성도 머지않았다.
지난 14일 한신이 18년 만에 센트럴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날에도 4번타자는 오야마였다. 7년 전 지명 당시의 아픔을 이겨내고 우승팀 4번타자로 우뚝 선 순간, 오야마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15일 일본 ‘닛칸스포츠’는 감격의 우승을 이룬 오야마의 독점 수기를 실어 프로 입단 이후 첫 우승까지 그의 심경을 생생하게 전했다.
오야마는 “지금까지 정점을 모르는 야구 인생이었다. 초중고 시절부터 대학까지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지만 이기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팀이 하나로 쟁취한 첫 우승이 그래서 정말 기쁘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이 볼넷의 중요성을 의식하게 해줘 끈질기게 할 수 있었다. 오카다 감독이 4번타자 1루수로 고정을 해줬고, 예년보다 더 좋은 의미로 부담감과 긴장감을 갖고 임했다”며 “선두 독주 중에도 마음 속으로는 매일 힘들었다. 이기는 경기에서도 아슬아슬한 전개가 많았다. 심신이 지칠 때는 7년 전 드래프트 영상을 다시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적었다.
7년 전 지명 당시 비난의 아픔을 잊지 않은 오야마는 “이제야 밝히지만 나의 프로야구 인생은 ‘사과’에서 시작됐다. 2016년 가을 한신으로부터 1순위 지명을 받을 때 드래프트 현장에 있던 관객의 반응은 ‘에!?’라는 비명이었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꿈이 이뤄진 순간인데 정말 충격이었다. 부모님과 가족들에게도 상처를 줬다. 내가 힘이 없어서, 유명하지 않아 그랬다는 자책을 했다. 어느 잡지에선 한신의 드래프트 점수를 50점이라며 ‘역대 최악’이라고까지 썼다. 지인들에게 입단 동기들의 연락처를 물어 ‘나 때문에 이런 말을 듣게 돼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때의 서러움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악평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더 강하게 단련했다. 오야마는 “아직 프로에서 1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들이 나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는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평가를 뒤집으려고 했다. 다른 선수들에게 없는 동기부여가 올 시즌에도 나를 지탱해줬다. 이제는 나의 이름이 적힌 빨간 수건을 들고 응원해주시는 팬분들도 많아졌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우승을 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고 감격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