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부터 규정이닝 2점대 평균자책점이 보인다. 일본인 투수 센가 고다이(30·뉴욕 메츠)가 10년 전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아깝게 놓친 기록을 넘볼 정도로 기세를 높이고 있다.
센가는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2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메츠의 11-1 대승을 이끌었다. 5회까지 안타 1개만 허용하며 매 이닝 삼진을 잡아낼 만큼 좋았다. 6회 2사 만루 위기를 극복하며 무실점으로 막은 센가는 총 투구수 103개로 마쳤다.
최고 98.3마일(158.2km), 평균 96.4마일(155.1km) 포심 패스트볼(34개)보다 포크볼(38개)을 더 많이 구사하며 커터(17개), 슬라이더(6개), 커브, 스위퍼(이상 4개)를 섞었다. 이른바 ‘유령’ 포크볼로 11개의 헛스윙을 뺏어냈다. 그 중 6개가 헛스윙 삼진의 결정구. 패스트볼처럼 날아오다 눈앞에서 뚝 떨어지는 포크볼이 거의 마구 같았다. 센가의 올 시즌 포크볼 기대 피안타율(.098), 피장타율(.130), 헛스윙률(60.0%)은 150타석 이상 기준으로 모든 구종 통틀어 전체 1위에 빛난다.
이날까지 센가의 올 시즌 성적은 27경기(155⅓이닝) 11승7패 평균자책점 2.95 탈삼진 191개. 5월 중순부터 줄곧 유지하던 3점대 평균자책점을 2점대로 낮추며 이 부문 내셔널리그(NL) 3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피안타율 4위(.205), 탈삼진 7위에 랭크돼 있다.
지난 2010년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에이스로 성장한 센가는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해외 FA 권리를 행사했다. 메츠와 5년 7500만 달러 거액에 계약하며 빅리거 꿈을 이뤘고, 전반기 16경기 7승5패 평균자책점 3.31로 비교적 빠르게 적응했다. 여세를 몰아 후반기 11경기 4승2패 평균자책점 2.47로 리그 톱클래스 성적을 내고 있다. 맥스 슈어저(텍사스 레인저스),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애스트로스)를 모두 트레이드한 메츠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MLB.com’은 이날 경기 후 ‘센가가 NL 신인상과 사이영상 후보로서 자격을 공고히 했다’며 ‘애리조나 외야수 코빈 캐롤(타율 .278 24홈런 69타점 47도루 OPS .863)이 유력한 NL 신인상 후보로 거론됐지만 센가의 신인상 수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 나아가 사이영상 후보로도 고려해야 한다’고 칭찬했다. 수상은 어렵더라도 득표는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
적장인 토레이 로불로 애리조나 감독도 센가에 대해 “95~98마일(152.9km~157.7km) 패스트볼을 던지면서 구속에 변화를 줬다.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 모두 자유자재로 던졌다. 우리는 그에게 압박을 가할 수 없었다. 센가에게 공을 돌려야 한다”고 인정했다.
메츠 팀 동료인 유격수 프란시스코 린도어도 “센가가 올해의 신인이라고 생각한다. 리그에서 가장 힘든 NL 동부지구에서 11승을 거뒀다. 올해 우리 팀에서 가장 일관성 있는 선수였다”고 지지했다. 또 다른 동료 투수 조이 루체시는 “센가는 훌륭한 무기들을 갖고 있다. 위아래, 양 사이드 모두 움직이면서 많은 스윙과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신인상은 센가가 받아야 한다”고 힘을 실어줬다.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거 신인상은 1995년 LA 다저스 투수 노모 히데오, 2000년 시애틀 매리너스 투수 사사키 가즈히로, 2001년 시애틀 외야수 스즈키 이치로, 2018년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 등 4명으로 모두 일본인 선수였다.
현재 페이스라면 센가는 아시아 투수 역대 두 번째로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2점대 평균자책점도 가능하다. 1995년 다저스 노모 히데오가 191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한 게 유일했다. 2013년 다저스에서 데뷔한 한국인 류현진(192이닝 3.00)은 아웃카운트 하나가 모자라 아깝게 2점대 평균자책점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