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최근 몇 년간 신인 드래프트에서 우완 유망주들을 지속적으로 모았다. 2020년 남지민, 한승주, 2022년 문동주, 박준영, 2023년 김서현 등 상위 라운드에서 우완 강속구 투수들을 꾸준히 뽑아 마운드 뎁스를 키웠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좌완이 부족했다. 2021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뽑은 김기중이 있지만 아직 1군에 완전히 자리잡지 못했다. 올 시즌 1군 붙박이 좌완은 김범수와 정우람 2명뿐이다. 20대로 한정하면 김범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 좌우 불균형 해소가 과제다.
지난 14일 열린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가 1~2라운드 상위픽 모두 좌완 투수 지명에 쓴 이유다.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최대어 장충고 좌완 황준서를 호명한 뒤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또 장충고 좌완 조동욱을 택했다. 우완을 제외한 좌완 투수 중 상위 지명자 2명을 모두 품은 것이다.
전체 1순위 황준서는 즉시 전력감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좋은 선수가 들어왔다. 봄에 던지는 것을 보면 엄청 좋더라. 구속도 있고, 그에 비해 제구도 있다. 좋은 투구폼을 가졌다”며 “140km대 중반을 던지는 좌완이 제구가 되면 메리트가 있다. 스트라이크 던지는 능력은 좋은 것 같다”고 기대했다.
지난 4월 이마트배에서 최고 150km 강속구를 던진 황준서는 그러나 시즌을 치를수록 체중과 함께 구속이 떨어졌다. 184cm 큰 키에 비해 마른 체구로 아직은 완성된 몸이 아니다. 최원호 감독은 “스카우트들 말로는 시즌 중반 구속이 조금 떨어졌다고 하는데 몸에 큰 문제가 없으면 괜찮다. 일시적으로 조금 하락할 수 있는 부분이다. 프로에 들어오면 하루 6천 칼로리 정도 식단에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받는다. 자연스럽게 몸은 금방 좋아질 것이다”며 걱정하지 않았다.
2라운드에서 뽑은 좌완 조동욱도 한화 스카우트팀이 올초부터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지명을 계획한 유망주. 194cm 큰 키에 스리쿼터로 볼끝 움직임이 좋은 유형이라 희소성이 있다. 올해 고교 17경기 2승2패 평균자책점 2.77을 기록했다. 38⅔이닝을 던지며 삼진 40개를 잡았고, 사사구는 19개를 허용했다.
최 감독은 “지명 전 스카우트팀에서 브리핑을 할 때 조동욱이 1라운드 막판에 나갈 수도 있다고 했다. 안 나가면 2라운드에 무조건 지명을 하겠다고, 그게 제일 베스트라고 했다”며 “시즌 후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 때 황준서와 함께 조동욱도 데려가서 공 던지는 것을 직접 보려고 한다. 그래야 기존 선수들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고, 내년 스프링캠프 명단도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내년 시즌 보직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황준서의 경우 전형적인 선발 스타일로 분류되지만 한 가지 틀에만 가두지 않을 계획이다. 최 감독은 “잘하면 1군에서 쓴다. 선발로 못 들어올 경우에는 생각을 좀 해봐야 한다. 1군 불펜에 자리가 나면 구원으로 쓸 수도 있다. 1군에 선발 자리가 날 때까지 퓨처스에만 계속 두는 것도 좋지만은 않다. 특히 1라운드 선수들은 퓨처스에 오래 있으면 힘들어한다. 선발로만 쓴다고 하면 1군의 문이 닫힐 수 있다. 불펜으로 1군에서 경험을 쌓는 것도 괜찮다. 그러다가 선발 구멍이 나면 선발로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며 시작부터 보직을 한정짓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