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째 1위 자리를 질주 중인 LG가 29년 만의 우승 꿈을 키워가고 있다. 2위 KT와 격차를 5.5경기로 벌려 굳히기에 들어갔지만 확정 순간까지 안심할 수 없다. 남은 시즌 1위 수성, 가을야구 구상만으로도 머리 아플 시기이지만 염경엽 LG 감독은 미래도 바라보고 있다.
LG는 올 시즌을 마친 뒤 외야수 이재원과 투수 이정용의 군입대가 예정돼 있다. 두 선수는 당초 지난해 시즌 후 입대를 위해 상무야구단에 지원했고, 1차 서류전형에 합격했지만 염경엽 감독 부임 후 계획을 철회했다. 선수들과 면담을 거쳐 1년 더 뛰기로 결정했다.
이재원은 시즌 전 복사근 부상에 이어 5월에 허벅지 근육을 다치는 등 부상으로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1~2군을 오가며 50경기 타율 2할6리(97타수 20안타) 3홈런 17타점 OPS .626으로 아쉬운 시즌이다. 오른손 대타 요원으로 기회를 받았지만 1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이재원이 시즌 후 군입대하는 자리에 염 감독은 신인 포수 김범석을 주목하고 있다. 거포로서 잠재력이 풍부한 김범석은 올해 퓨처스리그 58경기 타율 2할8푼6리(196타수 56안타) 6홈런 31타점 OPS .789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어깨 부상으로 지난달 6일 경기를 끝으로 재활 중인데 내년에는 1군 오른손 대타감으로 구상하고 있다.
염 감독은 “이재원이 군대에 가면 대타 자리에 김범석을 생각하고 있다. 원래 포지션인 포수를 시키는 게 맞는데 어깨가 좋아질 때까지 1루도 연습시키려 한다. 오른손 대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올해 LG는 10개팀 중 유일하게 대타 홈런이 없고, 대타 타율 5위(.213)로 평균 수준이다.
이재원은 아쉬운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이정용은 입대를 미룬 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올해 32경기(62이닝) 7승1패3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4.06 탈삼진 40개를 기록 중이다. 구원으로 시작해 다소 고전했지만 6월말 선발 전환 후 9경기(41이닝) 4승1패 평균자책점 3.29로 로테이션에 안착했다. 성공적인 보직 변경으로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과 부상으로 헐거워진 LG 선발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선발로 자리잡기 시작한 시점에 입대하는 것이 아쉽지만 더 이상 미룰 순 없다. 염 감독은 “아깝지만 군대는 어차피 해결해야 한다. 지금 상태로 상무에 가면 3년 뒤 완전한 선발투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돌아올 때 우리 팀으로선 확실한 3선발이 생기는 것이다”고 기대했다.
이어 염 감독은 “이정용이 빠진 기간에는 김윤식, 이민호, 강효종, 이지강 등 젊은 투수들로 선발진을 채울 것이다. 이정용이 돌아올 때쯤에는 이 선수들이 입대하는 식으로 순환이 이뤄질 것이다”고 향후 구상을 이야기했다. 시즌 후 선발 가능성도 거론된 유영찬의 경우에는 지금처럼 필승조로 계속 키운다.
지난 14일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10명의 새얼굴들도 조만간 확인한다. 염 감독은 “다음주에 신인들의 영상을 보며 구단과 함께 브리핑할 것이다. 마무리캠프 때 보고 괜찮은 선수가 있으면 1~2명 정도 내년 스프링캠프에 데려갈 수 있다. 내야 백업이 더 필요하긴 하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넥센 시절 김하성과 김택형, SK 시절 최지훈, 올해 LG에서 박명근 등 1라운더가 아닌 신인들도 스프링캠프에 데려가 가능성을 보거나 즉시 전력으로 활용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