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기록 세워 기분 좋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강승호(29)가 사이클링 히트의 대기록을 세웠다. 1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출전해 홈런, 3루타, 2루타, 단타를 터트렸다. 이날 5타석 4타수4안타 3타점 2득점을 올리며 8-6 재역전승을 이끌었다. 팀은 5연승을 질주하며 4위에 오른 SSG 랜더스에 반게임차로 접근했다.
6번 1루수로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넣은 강승호는 첫 타석은 볼넷을 골랐다. 1-1로 팽팽한 3회초 2사후 KIA 루키 윤영철을 상대로 좌월솔로포를 가동했다. 시즌 6호 홈런이었다. 7월8일 키움과의 잠실경기 이후 68일만의 손맛이었다. 이것이 대기록의 시작에 불과했다.
4회말 KIA 이우성에게 만루홈런을 맞고 2-5로 역전을 내주자 추격의 불씨도 강승호의 방망이에서 비롯됐다. 5회초 1사1,3루에서 김재열을 상대로 우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날리고 손살같이 3루에 안착했다. 자신도 허경민의 적시타로 홈을 밟어 5-5 동점 득점을 했다.
그러나 5회말 수비실책으로 리드를 내주었다. 무사 1루에서 나성범의 좌익수 뜬공때 중계송구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 송구가 하필이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주자에게 투베이스 진루권을 헌납했다. 김선빈에게 적시타를 내주고 5-6으로 다시 리드를 빼앗겼다.
만회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 7회는 1사후 임기영을 상대로 3루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작렬했다.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속만 태웠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역전의 발판을 놓았다. 1사1루에서 마무리 정해영의 발을 맞히는 강습안타를 날려 찬스를 이어주었다. 두산은 세 타자가 연속 볼넷을 얻어내 2득점에 성공했다.
생애 첫 사이클링히트였다. KBO 역대로는 30번째, 두산 선수로는 6번째이다. 특히 홈런-3루타-2루타-단타 등 역순으로 안타를 터트리는 리버스 내추럴 사이클링히트는 KBO리그 최초의 기록이다. 팀도 기분좋게 5연승을 달리고 자신도 진귀한 기록을 세운 최고의 하루였다.
경기후 강승호는 "알고 있었는데 여유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로하스가 1루에 있어 장타를 생각했다. 점수 차가 많이 나고 여유있는 상황이면 의식을 많이 했을 것이다. 단타보다는 장타를 생각했다. 노린 것은 아니었고 직구 타이밍에 나가다 슬라이더가 걸렸다"고 사이클링 히트 완성을 설명했다.
수비실수를 만회했다는 점에 큰 비중을 두었다. "사실 오늘 수비에서 나때문에 실점이 있었다. 그래서 기분이 마냥 썩 좋지만은 않았다. 선제홈런치고 2타점 2루타를 쳤서 좋았지만 수비 실수 때문에 마음이 들뜨지 않고 내내 불편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야구하면서 최초 기록은 하나 정도는 세웠다는 것이 기분좋다. 앞으로도 좋은 기록들을 많이 쌓았으면 좋겠다. 세리머니를 처음 받았는데 너무 좋고 짜릿했다"면서도 "사이클링의 기록 보다는 만루홈런을 쳤을 때가 더 기분이 좋은 것 같다"며 웃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