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진에서는 블레이크 스넬이 사이영상에 도전할 페이스로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다면, 야수진에서는 김하성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팀의 핵심 선수가 됐다. 타선에서는 리드오프로서, 수비에서는 내야의 중심인 센터라인인 2루수는 물론 유격수, 3루수를 모두 소화하면서 팀을 지탱했다. 김하성의 공헌도와 가치는 올해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지표가 올 시즌 김하성의 위대함을 말한다. 다른 선수들이 이따금씩 휴식을 취했던 반면, 김하성은 계속 경기에 나서야 했다. 오히려 너무 건강했고 꾸준히 활약했기에 김하성은 쉴 수 없었고 혹사 당했다. 성적이 점점 떨어졌다. 타격에서는 타율 2할6푼8리(492타수 132안타) 17홈런 58타점 35도루 OPS .771을 기록 중이다. 20홈런 40도루라는 기록이 눈앞이지만 페이스가 더뎌졌다.
그럼에도 김하성의 골드글러브 전망이 밝은 이유는 2루수가 아닌 유틸리티 플레이어 골드글러브도 노려볼 수도 있기 때문. 유틸리티 플레이어 부문 골드글러브는 여러 포지션을 오가는 다재다능한 선수들의 활약상과 가치를 조명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수상을 시작했다.
올해 김하성은 2루수 777⅔이닝, 3루수 245⅓이닝, 유격수 137⅓이닝을 소화했다. 각 포지션별로 수비 능력도 평균 이상이다. DRS 지표에서 유격수 +3, 3루수 +3을 기록 중이다. 올해 김하성의 DRS 총합은 +13이다. 2루수로만 나섰다면 김하성은 충분히 +13의 지표도 가능했을 것이다. OAA 지표에서는 3루수 +3, 유격수 0이다. 모두 평균 이상을 상회하는 수비력을 갖고 있다는 게 지표로 충분히 확인된다.
‘MLB.com’은 올해 샌디에이고의 잔여시즌 주목해야 할 점을 꼽으면서 샌디에이고 선수들의 골드글러브 수상 여부에 대해 언급했다. 김하성의 이름도 당연피 포함되어 있다. 매체는 ‘올해 샌디에이고의 팀 수비는 완벽했고 11월이 되면 보여줄 수 있는 트로피가 있을 것이다’라며 ‘새로운 포지션 매끄럽게 적응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우익수 골드글러브 후보로 추정되고 있다. 이미 2개의 중견수 골드글러브를 갖고 있는 트렌트 그리샴도 3번째 수상 후보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김하성은 2루에서 골드글러브를 받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최고의 유틸리티 플레이어 선수로 선정될 수 있다. 김하성은 대부분을 2루수로 나섰지만 유격수와 3루수 등 투입된 어떤 자리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라면서 김하성의 골드글러브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유틸리티 플레이어 부문에서도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 내셔널리그 MVP 후보인 무키 베츠다. 올해 베츠는 137경기 타율 3할1푼2리(529타수 165안타) 39홈런 103타점 13도루 OPS 1.019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40홈런 70도루에 도전하는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의 MVP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아쿠냐 주니어의 성적은 타율 3할3푼5리(594타수 199안타) 37홈런 87타점 66도루 OPS 1.002다.
그런데 베츠는 공격에서 재능을 과시하는 것은 물론 수비에서도 ‘야잘잘’의 면모를 과시 중이다. 주 포지션이 우익수지만 올해는 팀 사정상 우익수뿐만 아니라 내야수로도 비교적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우익수로 670⅔이닝에 2루수로 391이닝, 유격수로 98이닝을 뛰었다. 수비력이 나쁜 것도 아니다. DRS 우익수 +4, 2루수 +6, 유격수 0을 기록 중이다. 뛰어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베츠는 주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도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