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는 누구지?”.
롯데 자이언츠 이적생 심재민(28)이 입단 10년 만에 꿈의 선발승을 올렸다. 지난 13일 KIA 타이거즈와의 광주경기에 선발등판해 5회까지 단 3피안타 2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3-1 강우콜드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2014년 입단 이후 첫 선발승이었다.
최근 3할대가 넘는 KIA 강타선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았다. 1회말 1사후 이우성의 타구때 3루수의 실책으로 2루를 허용했으나 침착한 투구로 득점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3-0으로 앞선 5회말 2사 2루에서 이우성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것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KIA에서 가장 강하다는 OPS 1.000 듀오 나성범과 최형우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5번 김선빈도 볼넷 1개만 내주는 등 클린업트리오의 방망이를 무력화했다. 최고 143km짜리 직구를 중심으로 커브(19구)는 타이밍을 뺏었다. 체인지업(21구)도 예리했고 슬라이더는 5구만 던졌다.
그는 부산 태생이다. 개성중-개성고를 나왔다. 장래가 촉망받는 에이스였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부산갈매기 떼창을 들으면 던지고 싶었다. 그러나 신생 KT가 특별 지명을 했다. KT에서는 불펜투수로 활약을 했다. 선발의 꿈이 있었지만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선발은 오래된 꿈이었다. 2015년부터 주축 불펜투수로 활약하다 군복무도 마쳤다. 복귀해서도 선발보다는 불펜투수로 뛰었다. 개막 4월에 극심한 부진을 겪었고 2군으로 내려갔다. 갑자기 지난 5월 내야수 이호연과 맞트레이드로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롯데는 부족한 좌완 불펜요원이 필요해 심재민을 영입했다. 곧바로 1군은 아니었다. 2군에서 담금질을 거쳐야 했다. KT로 옮겨간 이호연을 펄펄 날으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6월22일 1군에 승격해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최대 3이닝까지 소화하며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안정감을 보이며 입지를 넓혀갔다.
심재민은 "트레이드 후 2군에 있을 때 호연이의 플레이와 기사가 많이 보이더라. 솔직히 조바심도 많이 있었다. 나도 빨리 올라가 뭔가 보여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2군에서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 위주로 훈련을 많이했다. 체중관리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선발로 변신한 계기는 8월12일 KIA전에서 3⅓이닝 2실점(1자책) 호투였다. 9월 선발투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가능성을 보이자 선발투수로 낙점했다. 지난 7일 삼성전 5이닝 1실점하며 눈도장을 찍었고 이날은 더 좋은 볼을 던지며 고향에서 기분좋은 첫 선발승을 거두었다.
동기부여가 있었다. 고향 부산에서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박)세웅이와 (나)균안이와 함께 다니면 팬들이 둘이는 알아본다. 그런데 나를 보시는데 ‘쟤는 누구지?’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하면 알아보실 것이다”며 웃었다.
심재민의 등장으로 박세웅과 나균안의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생기는 선발 공백을 조금이나마 메울 수 있게 됐다. 심재민은 "고향에 오니 엄청 도움이 많이 된다. KT 시절보다 여기에서 기회를 많이 받아 좋다. 주어진 임무가 있으면 최대한 이룰 수 이도록 하겠다. 아직은 5회만 되면 힘들다. 이제는 퀄리티스타트를 해보고 싶다"며 희망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