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중이 이렇게 컸나?
KIA 타이거즈 김종국 감독은 13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광주경기에 앞서 내야수 박찬호(2)의 부상소식을 알렸다. 왼손 네 번째 손가락 인대 손상으로 당분간 선발출전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전날 삼성과의 대구경기에서 5회 1사1루에서 유격수 땅볼을 치고 1루에 몸을 날리는 허슬플레이를 하다 손가락을 다쳤다.
구단 지정병원(광주 선한병원)에서 검진결과 3주 치료를 요하는 소견을 받았다. 오른손과 다리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손가락을 다쳐 타격이 문제였다. 타격이 안되니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넣을 수 없었다. 김감독은 "타격은 어렵지만 대수비와 대주자는 활용이 가능하다"며 엔트리에서 빼지 않았다.
문제는 박찬호가 차지하는 팀내 비중이었다. 시즌 타율 3할2리를 자랑한다. 유격수로는 유일한 3할타자이다. 게다가 후반기는 더욱 무서운 타격을 했다. 타율 3할5푼6리, 1홈런 20타점 12도루 31득점, OPS 0.904의 우등성적이다. 찬스를 만들어는 리드오프였다. '
방망이 만이 아니다. 루상에 나가면 가만 있지 않는다. LG 신민재(32개)에 이어 리그 도루 2위(29개)를 달린다. 스스로 득점권에 진출하거나 아니면 후속 타자의 타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게다가 내야를 관장하는 주전 유격수였다. 리그 톱클래스 수준의 수비력을 자랑한다. 최근 급상승세를 이끄는 공수주의 핵이다.
이런 선수가 갑자기 라인업에 못들어가니 감독의 얼굴 표정이 좋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자기도 모르게 했다. 일단 1군에 있으면서 치료하면서 계속 점검하겠다. 3주 정도 못나갈 것 같은데 김도영을 1번타자로 기용하겠다"고 말했다.
박찬호의 공백은 첫 경기부터 그대로 드러났다. 김도영에게 유격수와 1번타자를 맡겼다. 김도영의 3루 자리는 최정용을 기용했다. 당장 수비에서 문제가 생겼다. 3회초 무사 만루에서 윤동희의 평범한 타구를 잡은 최정용이 서두르다 2루주자의 3루 포스 아웃만 했을 뿐 3루주자의 득점을 허용했다.
그만 3루를 찍고 볼을 뿌리려다 볼을 놓쳤다. 홈이든 1루든 던질 시간이 충분했는데 볼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꺼림칙한 한 점을 내준 양현종은 2사까지 잡았으나 안치홍에게 2타점 2루타를 맞고 0-3까지 리드를 허용했다. 최정용의 수비가 매끄럽게 이어졌다면 무실점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공격에서도 박찬호가 빠지면서 짜임새가 느슨해지는 모습이었다. 롯데투수 좌완 심재민에게 타선이 맥을 추지 못하며 끌려갔다. 5회까지 3안타에 그쳤다. 그것도 모두 이우성이 때린 것이었다. 결국 경기는 6회말 KIA 공격을 앞두고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우콜드패를 당했다. 전날 삼성전에 이어 2연패를 당했다.
특히 좌투수 상대로 3할3푼8리의 고타율을 자랑했던 박찬호의 부재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전반적으로 활력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3할 도루왕 유격수의 빈자리는 컸다. 그만큼 박찬호의 비중은 몰라보게 달라진 것이다. 그래서 박찬호는 금지했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에 대한 벌점테러를 피할 수 없을 듯 하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