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후 줄곧 구원 투수로 뛰다가 시즌 도중 갑자기 선발로 보직을 전환했는데, 어느새 에이스 투수 못지 않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LG 투수 이정용(27)이 주인공이다.
1위를 달리고 있는 LG 선발 로테이션에서 최근 한 달 동안 가장 안정적인 구위를 기록하고 있는 투수는 이정용이다.
플럿코는 골반뼈 타박상으로 빠져 있고, ‘우승 청부사’로 트레이드한 최원태는 부진을 거듭하다 2군으로 내려갔다. 장수 외국인 켈리는 이제서야 조금씩 살아나고 있고, 임찬규는 후반기 평균자책점이 치솟고 있다.
2019년 1차지명으로 입단한 이정용은 지난해까지 165경기 불펜 투수로 뛰며 10승 7패 41홀드 1세이브를 기록했다. 2021년부터 필승조로 활약해왔다.
올 시즌 초반, 마무리 고우석이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이정용이 임시 마무리를 맡았다. 그러나 23경기에서 3승 1홀드 3세이브 5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5.57로 부진했다. 세이브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았다.
6월 중순 염경엽 감독은 이정용을 선발 투수로 전환하는 모험을 시도했다. 불펜에서 계속 실패하는 이정용에게 낯선 도전이었다.
염 감독은 “(이)정용이에게 선발 전환을 제안하면서 ‘지금 이대로라면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남는 게 없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지난 겨울 이정용은 상무 입대를 앞뒀는데, 염 감독이 사령탑에 오르면서 이정용의 군 입대를 연기했다. 군대 입대까지 미뤘는데, 불펜에서 부진한 채 시즌이 계속된다면 감독도, 선수도 모두 남는게 없다.
직구와 슬라이더 투 피치였던 이정용에게 포크와 커브를 익혀 결정구로 활용하도록 조언했다. 짧은 이닝을 던지는 불펜이라면 확실한 구종 2개만으로도 가능하지만, 긴 이닝을 던지는 선발이라면 3~4개 구종으로 승부해야 롱런이 된다. 이정용 스스로 선발로 던지면서 직구와 슬라이더 외의 구종이 필요하다고 깨달았다.
# LG 이정용, 선발 등판 일지
날짜 상대팀 상대 선발 투구 내용(승패) 팀 결과
6.25 롯데 스트레일리 / 2이닝 1실점 (ND) / LG 승
7.2 KIA 앤더슨 / 3이닝 무실점 (ND) / LG 승
7.9 롯데 스트레일리 / 3이닝 6실점 (패) / LG 패
7.27 KT 쿠에바스 / 4이닝 4실점 (ND) / LG 승
8.2 키움 안우진 / 6이닝 무실점 (ND) / LG 승
8.9 KIA 이의리 / 5이닝 무실점 (승) / LG 승
8.16 삼성 뷰캐넌 / 6이닝 2실점 (승) / LG 승
9.1 한화 페냐 / 6이닝 무실점 (승) / LG 승
9.8 KT 고영표 / 6이닝 3실점 (승) / LG 승
—————————————————————
선발 9경기 4승 1패 ERA 3.29, 최근 5경기 29이닝 5실점 ERA 1.55
이정용은 6월말 롯데 상대로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에 나섰고, 이후 조끔씩 투구 수와 이닝을 늘려갔다. 8월 2일 키움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8월 9일 KIA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선발승을 기록했다. 이후 선발 투수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선발 4연승을 이어갔다.
이정용은 8월 이후 5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55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29이닝을 던져 25피안타 4볼넷 17탈삼진 5실점이다.
8월 이후 리그 투수들 성적을 보면, 뷰캐넌(삼성)이 6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72(36.2이닝 7자책)으로 가장 낮다. 8월 MVP를 차지한 쿠에바스(KT)는 7경기에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80(45이닝 9실점)으로 그 다음이다. 반즈(롯데)가 7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1.85, 윌커슨(롯데)이 8경기 3승 2패 평균자책점 1.99다. 이정용은 이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정용이 맞붙은 상대 선발 투수들은 모두 에이스급 투수다. 선발 9경기에서 외국인 투수와 6차례 맞붙었고, 안우진, 고영표 등 리그 최고 토종 선발과도 맞대결을 했다. 이정용은 그들 상대로 4승 1패, 그리고 이정용이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8승 1패다. 이제 승리 요정으로 불린다.
염 감독은 선발로 놀라운 성적을 기록 중인 이정용에 대해 "쉽지 않은 일인데 (이)정용이가 정말 잘 해냈다"며 "김경태 코치, 김광삼 코치가 고생을 했다. 정용이가 포크볼과 커브를 추가하는 데 잘 이끌었다"고 칭찬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