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에이스 곽빈이 4이닝 3실점으로 무너지며 마운드 운영이 비상이 걸린 두산. 그러나 걱정은 기우였다. 두 번째 투수로 나서 혼란을 수습하고 구원승을 챙긴 최지강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지강은 지난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와의 시즌 16차전에 구원 등판해 1⅓이닝 1볼넷 무실점으로 시즌 2승(1패)째를 챙겼다.
최지강은 5-3으로 앞선 5회 선발 곽빈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시작은 불안했다. 선두 채은성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최인호에게 내야땅볼을 유도했지만 유격수 김재호의 포구 실책이 나오며 무사 1, 2루에 처했다. 그러나 실점은 없었다. 후속 닉 윌리엄스를 병살타 처리하며 한숨을 돌린 가운데 2사 3루서 최재훈을 투수 땅볼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최지강은 여전히 5-3으로 리드한 6회에도 등판해 첫 타자 장진혁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김명신과 교체되며 기분 좋게 경기를 마쳤고, 두산의 8-3 승리와 함께 구원승이 찾아왔다. 개막전이었던 4월 1일 잠실 롯데전 이후 약 5개월 만에 맛본 승리였다.
최지강은 경기 후 “선두타자 볼넷을 빼면 어느 정도는 만족했다. 2군에 있는 동안 우타자 쪽으로 밀려서 볼이 되는 걸 줄이려고 했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 같다”라며 “지금 감은 나쁘지 않다. 다만 선두타자 승부와 볼넷 감소는 여전히 숙제라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투구를 되돌아봤다.
최지강은 올해가 프로 2년차인 22세 신예 투수다. 광주동성고-강릉영동대 출신의 그는 2022 두산 육성선수로 입단해 첫해부터 1군서 기회를 받았지만 2경기 평균자책점 21.60(1⅔이닝 4자책)에 그쳤고, 올해 또한 호주가 아닌 이천에 남아 퓨처스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2군에서 착실히 몸을 만든 최지강은 시범경기서 마침내 이승엽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4경기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25의 임팩트를 남기며 개막 엔트리 승선의 꿈을 이뤘다. 당시 이 감독은 “2군에서 좋은 보고를 받았다. 김강률의 부상 공백을 메울 수 있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라고 최지강에게 필승조 역할을 부여했다.
최지강은 2023 KBO리그 개막전이었던 4월 1일 잠실 롯데전에 구원 등판해 ⅔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두산 이승엽호의 첫 승 투수라는 역사적인 타이틀을 얻었다.
6월 3일을 끝으로 1군 말소된 최지강은 2군에서 세 달 가까이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이후 지난달 27일 다시 이 감독의 부름을 받았고, 9월 4경기 5이닝 무실점 평균자책점 0으로 두산 5위 싸움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최지강은 “개막전에 승리투수가 됐는데 오늘 2승째를 따냈다. 그 때도 지금도 개인의 승리보다 팀에 폐를 안 끼쳤다는 점이 더 만족스럽다”라며 “가을야구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선배님들이 매 경기 모든 걸 쏟아 부으며 집중하시는 게 느껴진다. 나 역시 그렇게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지강에게 끝으로 목표를 물었다. 그는 “시즌에 앞서 개막 엔트리 진입과 직구 150km를 목표로 세웠다. 둘 모두 달성했지만 이건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제는 155km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시즌 끝날 때까지 엔트리에 남아 가을야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이 목표다”라고 육성선수 성공 신화를 쓰는 그날을 꿈꿨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