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느림의 미학으로 아메리칸리그 팀 타율 1위 텍사스 레인저스 타선을 잠재웠다.
류현진은 13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 4연전 2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3실점 호투에도 시즌 3패(3승)째를 당했다. 타선이 텍사스의 백전노장 맥스 슈어저 공략에 실패하며 수술 후 감격의 첫 퀄리티스타트가 승리로 이어지지 못했다.
류현진의 투구 자체는 전성기를 방불케 했다. 90마일(144km) 포심패스트볼 아래 커브, 체인지업, 커터, 싱커 등 다양한 변화구를 적재적소에 곁들여 타자들과의 타이밍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3회까지 텍사스 강타선을 1볼넷 노히트로 봉쇄했고, 3회 로비 그로스먼의 선제 투런포, 6회 요나 하임의 희생플라이에도 6회까지 마운드를 꿋꿋이 지켰다. 스트라이크(59개)-볼(23개)의 비율도 이상적이었다.
현지 언론과 중계진이 주목한 장면은 류현진의 환상적인 슬로우 커브. 2회 2사 후 에제키엘 듀란에게 던진 65마일(104km) 커브를 시작으로 4회 62.6마일(100km) 슬로우 커브로 나다니엘 로우를 루킹 삼진 처리했고, 그밖에 위기 상황에서도 노련한 구속 변화를 앞세워 실점을 최소화했다. 파이어볼러가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이 살아남는 방식이었다.
미국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경기 후 “류현진이 시속 63마일의 엄청난 슬로우 커브로 로우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류현진의 극심한 구속 변화에 완전히 당황한 로우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동안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류현진은 시속 87마일 포심패스트볼을 연달아 던진 뒤 63마일로 구속을 급격히 낮췄다”라고 바라봤다.
이어 “타격 연습 때 배팅볼 또는 부드러운 토스를 연상케 하는 류현진의 커브는 스트라이크존 기준으로 높게 보이지만 결국 가운데로 떨어지며 로우를 그대로 얼어붙게 만들었다. 류현진의 슬로우 커브는 상당히 전략적이다”라고 칭찬을 덧붙였다.
미국 현지 중계진도 류현진의 느림의 미학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중계진은 “파워피처 맥스 슈어저에 맞서는 류현진의 강점은 정교한 로케이션이다. 굉장한 슬로우 커브를 던질 줄 안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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