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가 2020년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이었던 좌완 투수 훌리오 유리아스(27)와 사실상 ‘손절’했다. 두 번째 가정폭력 혐의로 남은 시즌 복귀가 어려운 가운데 다저스와 인연은 이대로 끝난 듯하다.
미국 ‘LA타임스’를 비롯해 현지 언론들은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를 앞둔 다저스타디움 클럽하우스에서 유리아스의 라커룸이 비워졌다고 전했다. 이 자리는 이달 초 콜업된 베테랑 내야수 콜튼 웡의 차지가 됐다.
LA타임스는 ‘다저스가 원정 6연전을 마치고 돌아온 뒤 유리아스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며 다저스타디움 좌측과 우측 통로 입구에 유리아스가 크게 그려져있던 대형 벽화 2개가 지워졌다고 전했다. 구장 내 상품 판매점에도 유리아스 관련된 것들은 모두 내려갔다. 유리아스는 지난 4일 가정폭력 혐의로 체포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행정 휴직 처분 중인데 다저스는 벌써 손절하는 모습이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전 로버츠 감독은 유리아스의 라커가 없어진 것에 대해 “나도 방금 알았다. 조직 차원의 결정이다. 모든 면에서 정말 슬픈 일이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런 조치들이 유리아스와 결별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 로버츠 감독은 “그런 것 같다”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다. 첫 날에 말했듯이 매우 불행하고 슬픈 상황이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유리아스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3일 밤 자정 무렵 LA 경찰에 체포됐다. 메이저리그 사커(MLS)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찾은 LA BMO스타디움에서 한 여성과 신체적 다툼을 벌이는 모습이 목격돼 신고됐고, 새벽 1시경 체포된 유리아스는 5만 달러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배우자에 대한 중범죄 상해 혐의로 기소됐고, 사무국이 사건을 조사 중이다. 오는 28일 재판 날짜가 잡혀있다.
사실이 알려진 뒤 유리아스는 즉시 다저스 원정 선수단에서 제외됐고,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협회는 유리아스에 대한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행정 휴직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다저스는 22일 예정된 유리아스 버블헤드 증정 행사를 취소했고, 라커와 벽화 등 그와 관련한 흔적들을 모두 다 없애면서 손절에 나서고 있다.
유리아스는 지난 2019년 5월에도 쇼핑몰에서 여자친구와 말다툼을 하다 밀어서 넘어뜨린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바 있다. 당시 피해자였던 여자친구가 “단순히 넘어졌다”고 진술을 번복해 기소되지 않았지만 사무국으로부터 7일간 행정 휴직 이후 2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런 ‘전과’가 있는 상황에서 또 가정폭력에 휘말렸으니 보수적인 다저스 구단이 더는 용인하기 어렵게 됐다. 혐의가 확정되면 유리아스는 지난 2015년 8월 노사 합의로 가정폭력 및 성폭력, 아동학대 방지 조약을 맺은 뒤 최초로 2회 이상 위반으로 징계를 받는 선수가 된다.
멕시코 출신 좌완 투수 유리아스는 16살이던 지난 2012년 8월 다저스와 180만 달러에 계약하며 인연을 맺었다. 다저스가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진 특급 유망주로 2016년 데뷔 후 어깨 부상을 당하자 이닝 관리로 세심하게 관리했다. 재활을 마친 뒤 2019년부터 풀타임으로 자리잡았고, 2020년 월드시리즈 우승 순간 세이브 투수로 마운드를 지키면서 영광의 시간을 함께했다.
2021년 첫 선발 풀시즌을 맞아 32경기(185⅔이닝) 20승3패 평균자책점 2.96 탈삼진 195개로 잠재력을 폭발했다. 지난해에도 31경기(175이닝) 17승7패 평균자책점 2.16으로 이 부문 1위에 오르며 사이영상 3위에 올랐다. 올해 27세의 젊은 나이로 FA 시즌을 맞이했으나 21경기(117⅓이닝) 11승8패 평균자책점 4.60으로 부진했고, 두 번째 가정폭력 혐의로 커리어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