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소년야구대표팀 에이스 김택연(18·인천고)의 혹사논란이 불거졌다.
대표팀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대만에서 끝난 2023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18 야구 월드컵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우승도 준우승도 아닌 3위였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박수를 받을 만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 김택연의 혹사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5일 연속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김택연은 6일 조별리그 푸에토리코전이 우천 서스펜디드게임이 되면서 7일까지 이틀간 각각 1⅔이닝 21구, 1⅓이닝 19구로 총 3이닝 40구를 던졌다.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어 8일 슈퍼 라운드 미국전 1⅓이닝 16구, 9일 네덜란드전 1이닝 24구를 던졌다.
필승 에이스로 4일 연투를 했다. 그러나 경기는 3경기라는 점에서 4경기 연투 규제를 피했다. 7일 서스펜디드 경기가 6일 경기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대회 규정에는 날짜 연투는 적용되지 않았다. 결국 7일은 던지지 않는 것이 된 셈이다. 그래도 4일 연속 투구를 했기 때문에 피로도가 쌓일 수 밖에 없었다.
김택연은 동메달이 걸린 10일 미국과의 경기에는 아예 선발투수로 나섰다. 98구를 던지며 7이닝 2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낚는 괴력을 뽐냈다. 나흘 연속 불펜투수로 나서더니 5일째는 선발투수로 100구 가까운 볼을 던진 것이다. 어깨와 팔에 피로가 가중될 수 밖에 없는 혹사였다.
이것이 문제였다. 혹시 불펜투수로 나섰자면 투구수가 적어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발투수로 끝까지 완투를 시켰다는 것은 성적지상주의 말고도 해석이 되지 않는다. 이영복 감독은 "우리팀의 에이스이다. 그의 전력 투구가 필요했고, 김택연은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줬다. 자랑스럽다"며 칭찬했다.
김택연은 괴물이었다. 5일동안 12⅓이닝 178구를 뿌리며 2피안타 2볼넷 20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0.73의 괴력을 과시했다. 대회 9경기 가운데 7일간 6경기를 던져 16이닝 245구 5피안타 4볼넷 29탈삼진 2실점으로 2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 최다 등판 투수로 탈삼진 1위에 올랐다.
예전 같으면 '투혼의 5일 연투'로 포장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김택연은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1위에 뽑혀도 무방할 정도로 능력과 잠재력을 갖고 있다. 향후 한국야구의 대들보로 성장할 재목이다. 역대로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수술대에 오르는 신인투수들이 많았다. 혹사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연투규제 조항을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국제대회에서 보란듯이 5일 연속 등판시켰다. 그것도 5일째는 100구 가까운 선발투수로 기용했다. 중간에 확실한 휴식을 주지도 않았다. 스승이라면 날짜를 고려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 감독은 귀국후 날짜가 아닌 경기수를 기준으로 내세우며 "대회규정에 맞춰 운용했다"고 해명했다. 그의 옹색한 발언에 더욱 곱지 않는 시선이 쏠리고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