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우완 투수 이민우(30)가 시즌 막판 팀의 불펜에 숨통을 틔우고 있다. 5개월 넘게 2군에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리면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민우는 지난 7일 대전 KT전을 앞두고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주축 불펜 강재민이 팔꿈치 통증으로 빠지면서 시즌 첫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지난 4월1일 시즌 개막 후 159일 동안 2군에 있던 이민우에겐 오래 기다렸던 1군 콜업. 이어 8~10일 고척 키움전에서 3일 연속 마운드에 오르며 기다림에 응답했다.
8일 첫 등판은 운이 따르지 않았다. 박상원과 윤대경이 휴식을 취하고, 6회부터 불펜이 가동되면서 4-3으로 앞선 8회 리드 상황에 투입됐다. 1사 후 송성문에게 안타를 맞은 뒤 전병우의 2루 땅볼 타구를 정은원이 놓치면서 강판됐다. 정상적이었다면 병살로 이닝이 끝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9일 더블헤더 2차전에서 이민우는 1-1 동점으로 맞선 6회 등판, 임지열(우익수 뜬공), 김동현(3루수 뜬공), 김주형(우익수 뜬공)을 공 11개로 가볍게 삼자범퇴했다. 한화가 7회 노시환의 2루타로 결승점을 내며 3-1로 승리했고, 이민우는 구원승을 챙겼다.
이어 10일 경기에서도 이민우는 9-7로 앞선 7회 박찬혁(유격수 땅볼), 김휘집(유격수 땅볼), 김시앙(중견수 뜬공)을 삼자범퇴했다. 팀의 9-8 승리에 징검다리를 놓으며 시즌 첫 홀드도 따냈다.
3연투였지만 총 투구수 37개로 효율적이었다. 최고 145km로 측정된 포심에 투심, 커터 등 패스트볼 위주로 맞혀잡는 투구가 빛났다. 이민우가 불펜에 숨통을 틔워주면서 키움과의 더블헤더 포함 4연전을 싹쓸이한 한화는 6연승으로 10위 추락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효천고-경성대 출신으로 지난 2015년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이민우는 선발로 기회를 받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지난해 4월23일 투수 김도현의 반대급부로 외야수 이진영과 함께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이적 초반에는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쏠쏠하게 활약했지만 꾸준함을 이어가지 못한 채 2군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성적은 25경기(44⅔이닝) 1승1패 평균자책점 6.25.
올해는 시작부터 1군 스프링캠프에서 제외돼 2군에 머물렀다. 퓨처스리그 32경기(33⅓이닝) 3승1패6홀드 평균자책점 5.40으로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두 번의 대량 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이 올랐지만 7월 이후에는 13경기 평균자책점 2.77로 안정을 찾았다.
묵묵히 퓨처스 마운드에 오른 이민우는 후배 투수들에게 자신의 구종을 알려주며 선배 역할도 했다. 9월 첫 날 확대 엔트리 때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해 시즌이 이대로 끝나는가 싶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9월 이후에도 2경기 3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고, 마침내 찾아온 1군 기회를 잘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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