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진(24·키움)의 시즌 아웃이 KBO리그 MVP 판도에도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에릭 페디(30·NC)가 투수 트리플 크라운에 근접하면서 홈런과 타점 1위 노시환(23·한화)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안우진은 지난달 31일 문학 SSG전이 올 시즌 마지막 등판이 됐다. 지나 2일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기로 결정하며 시즌 아웃됐다. 올 시즌 24경기(150⅔이닝) 9승7패 평균자책점 2.39 탈삼진 164개를 기록한 안우진은 8월을 마칠 때까지 탈삼진 1위, 평균자책점 2위에 올라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토미 존 수술이 결정되면서 안우진의 시즌이 끝났고, 페디가 반사 이익을 누리는 모양새. 페디는 9월 2경기 연속 승리하며 15⅓이닝 20탈삼진 1실점 호투로 위력을 이어갔다. 시즌 성적은 25경기(150⅔이닝) 18승6패 평균자책점 2.21 탈삼진 169개.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3개 부문 모두 1위로 올라선 페디는 투수 트리플 크라운 가능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다승은 2위 웨스 벤자민(KT·14승)보다 4승이나 더 많아 1위가 유력하지만 평균자책점은 2~3위 라울 알칸타라(두산·2.29), 안우진(2.39)과 차이가 크지 않아 시즌 끝까지 봐야 한다.
탈삼진 부문에선 안우진(164개)을 5개 차이 2위로 밀어낸 가운데 3위 알칸타라(142개)에 큰 차이로 앞서 확정적이다. 안우진이 정상적으로 시즌을 완주했다면 페디의 탈삼진 1위 등극은 어려웠다. 시즌 아웃 전까지 안우진은 탈삼진 2위 페디에게 15개 차이로 앞선 1위로 2년 연속 타이틀 획득이 유력했다.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3개 부문 타이틀을 차지해야 하는 트리플 크라운은 지금까지 단 3명의 투수밖에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선동열이 해태 시절이었던 1986년 최초로 해낸 뒤 1989~1991년 3년 연속 포함 총 4차례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2006년 한화 류현진과 2011년 KIA 윤석민이 뒤를 이었다.
선동열은 1991년을 빼고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3시즌에 MVP를 차지했다. 1991년에는 홈런·안타·타점·득점·장타율 5개 부문 1위에 오른 빙그레 장종훈에게 MVP를 내줬다. 류현진과 윤석민도 그해 홈런왕이었던 이대호와 최형우를 제치며 MVP를 거머쥐었다. 투수 트리플 크라운은 ‘MVP 보증수표’와 다름없다.
페디가 이대로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로 마치면 MVP에 가까워질 수 있다. MVP 레이스 1순위였던 노시환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페디가 지난달 31일 광주 KIA전에서 3이닝 7실점으로 난조를 보이면서 노시환에게 무게가 기울었지만 페디가 9월 2경기 연속 호투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노시환은 올 시즌 118경기 타율 3할4리(467타수 142안타) 30홈런 96타점 출루율 .393 장타율 .563 OPS .956으로 타자 중 최고 성적을 내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먼저 30홈런을 돌파하며 타점, 장타율까지 공식 타이틀 3개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23세 이하로 30홈런 100타점을 돌파할 역대 4번째 선수가 머지않았다. 앞서 1991년 빙그레 장종훈, 1996년 현대 박재홍, 1997~1999년 삼성 이승엽이 있었다. KBO리그가 손꼽아온 젊은 거포의 등장이라는 점이 노시환의 강점이다.
노시환의 가장 큰 변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오는 23일 소집되는 대표팀에 보름 동안 차출된다. 현재 일정상 13경기를 결장해야 한다. 그 사이 누적 기록인 홈런과 타점에서 추월당할 위험이 있다. 홈런 2위 최정(SSG·25개)에게 5개 차이로, 타점 2위 오스틴 딘(LG·83타점)에게 13점 차이로 앞서있지만 노시환이 자리를 비우는 13경기 사이에 어떤 일이 있을지 알 수 없다. 노시환으로선 대표팀 합류 전까지 남은 9경기에서 최대한 기록을 쌓아야 한다. 페디가 투수 3관왕에 근접하면서 노시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