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 에이스 게릿 콜(33)이 ‘만년 2인자’ 꼬리표를 떼고 드디어 첫 사이영상을 품을 기세다.
콜은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브롱스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고 99마일(159.3km), 평균 96.5마일(155.3km) 포심 패스트볼(52개) 중심으로 너클 커브(25개), 슬라이더(12개), 커터(11개), 체인지업(6개)을 섞어 던지며 밀워키 타선을 압도했다.
압도적인 구위로 보더라인에 걸치는 공을 뿌리며 에이스의 힘을 보여줬다. 10회까지 노히터로 꽁꽁 묶인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시즌 평균자책점을 2.90에서 2.79로 낮추며 이 부문 아메리칸리그(AL) 1위를 굳건히 했다. 탈삼진도 3년 연속 200개(204개)를 돌파하면서 이 부문 AL 3위. 양키스 소속으로 3번의 200탈삼진 시즌을 보낸 선수도 콜이 처음이다.
MLB.com에 따르면 경기 후 콜은 200탈삼진에 대해 “멋진 숫자이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조금 더 남았다”며 “200탈삼진은 이전에도 해본 적이 있는데 자랑스런 기록이다. 많은 이들이 도와줬기에 가능했다. 공은 내 손을 떠나지만 많은 생각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주변에서 지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로 시즌 30번째 등판을 가진 콜은 187이닝을 던지며 13승4패 평균자책점 2.79 탈삼진 203개 WHIP 1.03 피안타율 2할1푼4리를 기록 중이다. AL 평균자책점·이닝·WHIP 1위, 피안타율 2위, 탈삼진 3위, 다승 공동 4위. 투수 주요 부문 모두 5위 안에 들어 AL 사이영상 유력 1순위다. 정규시즌이 3주가량 남은 가운데 마땅한 적수가 보이지 않는다.
루이스 카스티요(시애틀 매리너스)가 29경기(175⅓이닝) 12승7패 평균자책점 3.08 탈삼진 191개를 기록하며 경쟁자로 거론되지만 어느 하나 콜을 넘지 못한다. 평균자책점 2위로 콜을 추격 중인 소니 그레이(미네소타 트윈스)도 28경기(163이닝) 7승6패 평균자책점 2.98 탈삼진 160개로 전체 성적에서 밀린다. 탈삼진 1위인 케빈 가우스먼(토론토 블루제이스)도 28경기(167⅓이닝) 11승8패 평균자책점 3.28 탈삼진 217개를 기록 중이지만 콜에 비할 바는 아니다.
남은 시즌 3번의 등판에서 크게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콜의 수상이 유력하다.
지난 2011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지명된 특급 유망주 출신 콜은 2013년 데뷔 후 11시즌째 꾸준하게 정상급 선발투수로 활약 중이다. 두 자릿수 승수 9시즌에 올스타에도 6차례 뽑힌 그는 지난 2019년 12월 양키스와 9년 총액 3억2400만 달러로 투수 역대 최고액에 FA 대박까지 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과 유독 인연이 없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시절이었던 2018년 같은 팀 동료 저스틴 벌랜더(휴스턴)에게 밀려 2위에 만족했고, 양키스 이적 2년차였던 2021년에는 로비 레이(당시 토론토, 현 시애틀)가 깜짝 활약하면서 또 한 번 2위로 물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