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선수가 봐야 하니까 봐야 한다”
한화 유격수 이도윤(26)이 9회말 2사 만루 상황 슈퍼캐치로 팀 6연승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더블헤더 포함 4연전 싹쓸이 승리. 이번 기록은 2003년 9월13일~9월15일 대전 LG전 이후 7300일 만에 나온 진귀한 기록이다.
1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이도윤은 6회말 9-4 리드 상황에서 유격수 대수비로 교체 출격했다. 안정적인 수비로 리드를 지키길 바란 한화 최원호 감독의 선택.
이도윤은 대수비 카드를 꺼낸 최원호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지난 2020년 데뷔 첫 안타를 날리고 전한 각오에서 이도윤은 “화려한 것보다 안정적이고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려야 내년에도 1군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 유격수 자리에 ‘볼 사람이 없어서 저 선수가 본다’가 아니라 ‘저 선수가 봐야 하니까 봐야 한다’는 느낌을 팬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도윤은 3년 전 인터뷰에서 전한 말을 그라운드에서 증명했다. 이도윤이 바로 ‘저 선수’가 되었다.
9회말 2사 만루 9-8 한 점 차 승부. 2볼 1스트라이크 상황 키움 도슨이 때려낸 강한 땅볼 타구가 마무리 박상원 다리 사이를 흘러 2루 베이스 근처로 쏜살같이 향했다. 타구에 끝까지 쫓은 이도윤. 2루 베이스를 지나 빠르게 구르는 타구에 몸을 던지며 공을 품은 그는 침착하게 공을 빼내 1루로 뿌려 타자 주자를 아웃 시켰다. 한화의 7300일, 20년만의 4연전 스윕승 완성 순간이었다.
고척돔을 찾은 주황빛의 이글스 팬들은 입을 틀어 막으며 이도윤의 수비에 감탄했다. 슈퍼 캐치의 포구를 받아내며 경기를 끝낸 1루수 채은성도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북일고 출신 우투좌타 내야수 이도윤은 지난 2015년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한화에 상위 지명 됐지만 1군 내야 벽을 뚫지 못한 채 군입대했다. 군대에서도 야구를 놓지 않은 이도윤은 2020년 데뷔 첫 안타로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3년 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야구에 매진한 이도윤은 이글스의 승리 셀레브레이션 유격수로 자리 잡았다. 자신이 뱉은 말을 지켜내는 남자. 이글스의 소리 없는 영웅 이도윤이다. /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