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라이벌이 오타니 쇼헤이보다 먼저 메이저리그 우승반지를 거머쥘 것 같다. 한때 꼴찌팀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후지나미 신타로(볼티모어 오리올스)가 1위팀 이적 후 필승조로 변신하며 우승의 키플레이어로 꼽히고 있다.
후지나미는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경기에 구원 등판해 1⅔이닝 1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며 행운의 구원승(7승)을 챙겼다. 팀의 13-12 신승을 뒷받침한 값진 구원이었다.
후지나미는 7-6으로 근소하게 앞선 5회 1사 1, 2루 위기서 마운드에 올랐다. 투수교체는 적중했다. 더블스틸로 1사 2, 3루가 됐지만 코너 웡을 우익수 뜬공, 알렉스 버두고를 2루수 땅볼로 잡고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낸 것. 최고 99.9마일(160km) 강속에 스플리터, 스위퍼를 적절히 곁들인 결과였다.
9-6으로 리드한 6회는 깔끔한 15구 삼자범퇴였다. 선두 라파엘 데버스와 저스틴 터너를 연달아 범타 처리한 뒤 트리스턴 카사스를 3구 파울팁 삼진으로 돌려보냈다. 카사스에게 던진 결정구의 구속이 100.5마일(161km)에 달했다.
후지나미는 12-6으로 크게 앞선 7회 제이콥 웹과 교체되며 기분 좋게 경기를 마쳤다. 투구수는 24개(스트라이크 15개). 볼티모어가 13-12로 승리하며 후지나미는 8월 26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이후 6경기 만에 시즌 7번째 승리를 신고했다.
후지나미는 고교 시절부터 160km 강속구를 던지며 오타니의 라이벌로 불렸던 선수다. 일본 한신 타이거스에서 통산 189경기 57승 54패 평균자책점 3.41을 남긴 후지나미는 2022시즌 종료 후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했고, 올해 1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1년 325만 달러에 계약하며 미국 진출의 꿈을 이뤘다.
후지나미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로 추락한 오클랜드의 애물단지였다. 100마일 강속구를 보유하고도 빅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34경기 5승 8패 평균자책점 8.57의 부진한 성적을 남겼다. 49⅓이닝 동안 볼넷 31개를 내줬고, WHIP도 1.66에 달했다.
7월 20일 동부지구 1위 볼티모어로 전격 트레이드된 후지나미는 이적을 커리어의 전환점으로 삼았다. 오리올스맨이 된 뒤 22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4.18의 안정된 투구와 함께 승리조로 보직이 승격된 것. 순위싸움이 절정인 9월 들어 4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0의 호투를 펼치며 팀의 동부지구 1위(90승 51패) 질주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볼티모어는 최근 10경기 8승 2패 상승세 속 2위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승차를 4경기로 벌렸다.
후지나미의 달라진 모습에 현지 언론의 평가도 바뀌었다. 볼티모어 현지 중계사인 MASN은 “후지나미가 극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최근 8경기 중 7경기가 무실점이고, 10경기 연속 볼넷이 없다. 볼티모어가 평균자책점 8점대의 투수를 트레이드로 데려온 이유가 마침내 입증되고 있다”라며 “101마일의 메가톤급 직구에 예리한 스플리터를 더해 스트라이크존을 안정적으로 공략하는 모습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활약이다”라고 극찬했다.
미국 프로스포츠 팬 칼럼니스트 ‘팬사이디드’ 또한 “후지나미는 볼티모어 불펜의 중요한 인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아직 안정감이 부족하지만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투수다. 현재 마무리 펠릭스 바티스타가 부상 이탈한 상황이라 후지나미의 효과적인 투구를 기대해 본다”라고 후지나미를 대체 마무리투수로 꼽았다.
한편 후지나미가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커리어를 쌓은 오타니는 부상으로 인해 최근 6경기 연속 벤치를 지켰다. 여기에 서부지구 4위(66승 77패)의 에인절스는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상태. 지금 추세라면 오타니의 라이벌이 오타니보다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먼저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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