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소년야구대표팀이 동메달을 따냈지만 에이스 김택연(18·인천고)의 5일 연속 투구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5일간 178구를 던지면서도 완봉승으로 피날레한 김택연의 투구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지만 이영복(54·충암고) 대표팀 감독은 투수 혹사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영복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대만 타이페이 티엔무구장에서 열린 2023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18 야구 월드컵 동메달 결정전에서 미국을 4-0으로 꺾었다.
지난 2008년 이후 15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으나 슈퍼라운드에서 일본과 미국에 연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된 한국은 동메달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국의 역대 4번째 동메달. 한국은 이 대회에서 우승 5번, 준우승 1번을 해냈다.
우완 에이스 김택연이 만든 동메달이었다. 7이닝 2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으로 미국 타선을 압도했다. 90구를 넘겨서도 최고 151km까지 측정된 강력한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위력을 떨쳤다.
더 놀라운 것은 김택연이 5일 연속 마운드에 올랐다는 점이다. 우천으로 서스펜디드 게임이 된 6~7일 조별리그 푸에토리코전에서 이틀간 각각 1⅔이닝 21구, 1⅓이닝 19구로 총 3이닝 40구 무실점을 기록하며 구원승을 올린 게 시작이었다. 이어 8일 슈퍼 라운드 미국전 1⅓이닝 16구, 9일 네덜란드전 1이닝 24구를 던지더니 10일에는 선발로 나서 7이닝 98구로 완봉승까지 했다.
김택연은 5일간 12⅓이닝 178구를 뿌리며 2피안타 2볼넷 20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0.73으로 압도적인 투구를 했다. 2일부터 시작된 이번 대회에서 9일간 총 7일을 던지며 6경기 16이닝 245구 5피안타 4볼넷 29탈삼진 2실점으로 2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 최다 등판 투수로 탈삼진 1위에 올랐다.
이닝은 일본 마에다 유고(16⅔이닝)에 이어 2위. 마에다는 3경기 모두 선발로 나섰는데 3일 미국전(5⅔이닝 84구), 7일 한국전(4이닝 47구), 10일 대만전(7이닝 92구)로 비교적 관리를 받았다. 마에다는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7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 완투승으로 일본의 2-1 승리와 우승을 이끌었다.
김택연은 주어진 상황에서 투혼을 불살랐지만 혹사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회 규정상 4연투는 불가능하고, 3연투는 앞서 이틀간 40구 이하 투수만 가능하다. 푸에르토리코전 7일 서스펜디드 게임에서의 투구가 6일 경기로 집계돼 ‘공식적으로’ 4연투를 피한 김택연은 8일 미국전 16구, 9일 네덜란드전 24구로 이틀간 40구를 던져 3연투 제한을 피했다. 네덜란드전에서 7회 2사 2루에서 타석 중 풀카운트에 전미르로 교체되면서 동메달 결정전 선발로 나선 것이다.
무리한 등판 일정 속에서도 7이닝 완봉승으로 괴력을 뽐낸 김택연은 경기 후 WBSC와 인터뷰에서 “컨디션이 좋아 타자들을 공격적으로 상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팀원들을 믿기 때문에 더욱 공격적으로 투구할 수 있었다”며 “한국을 대표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 함께한 동료들과 관계자 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소감을 말했다.
이영복 감독도 인터뷰를 했다. 이 감독은 “김택연은 우리 에이스다. 9일 미국전에서 16구, 어제(10일) 네덜란드전에서 24구를 던졌다. 오늘도 우리는 그의 전력 투구가 필요했고, 김택연은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줬다.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다. 20년째 충암고를 이끌고 있는 이 감독은 청소년대표팀 감독으로도 동메달로 성과를 냈지만 김택연의 5연투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