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노시환(23)은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면서 리그 차세대 거포에서 리그 대표 거포로 진화하고 있다. 30홈런 94타점 장타율 .558로 3관왕에 자신의 이름을 예약하고 있다. 만약 올해 홈런왕에 오르면 만 21세 이승엽(1997년), 만 22세 장종훈(1990년)에 이어 역대 3번째 최연소 홈런왕에 오른다.
리그 역사를 새롭게 쓰려고 하는 홈런왕을 짓궂게 놀리는 선수는 NC 다이노스 손아섭(35)이다. 손아섭은 노시환이 29홈런에서 2주 가량 머물면서 아홉수에 시달리고 있을 때 노시환에게 기록을 의식하게끔 저주를 하면서 후배의 원성을 들은 바 있다. 그만큼 막역 하기에 가능한 농담이자 저주였다. 손아섭은 “(노)시환이가 자신은 징크스, 아홉수가 없다고 해서 얄밉더라. 그래서 의식할 수 있게 매일 연락해서 아홉수 얘기를 했다. 제 말처럼 되서 미안하긴 하지만 작전은 성공했다”라고 웃었다.
대기록의 여정에 노시환도 막역한 후배로서 함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손아섭과 노시환은 지난해 타율을 놓고 신발 내기를 했는데 손아섭이 졌다. 올해 다시 한 번 신발 내기를 펼치고 있다. 손아섭은 “작년에 신발 내기를 했는데 내가 졌다. 그래서 신발 선물을 하고 자존심도 상했다. 올해 또 한 번 해보자길래 다시 신발 내기를 하고 있는데 방심하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KBO리그는 저탄성의 낮은 반발력을 가진 공인구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투수들이 유리하다는 게 중론이다. 2010년대 중반, 반발력이 높은 공인구로 홈런왕은 최소 40개 이상, 나아가 5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야 가능했던 타이틀이지만 현재는 30홈런대에서 홈런왕 기록이 형성되고 있다. 2021년(최정) 2022년(박병호)에는 모두 35홈런으로 홈런왕을 차지했다. 올 시즌에도 노시환이 홈런왕을 차지하게 된다면 35홈런 수준에서 기록이 형성될 전망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서로의 영역에서 최고라는 것은 인정하고 존중하고 있다. 손아섭은 노시환이 현재의 공인구 반발력으로 30홈런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더 대단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손아섭은 “지금 공인구 반발력으로 30홈런을 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공인구 반발력이 좋았을 때 생각하면 아마 50홈런 정도의 느낌이다”라면서 “그래서 30홈런을 친 게 대단하다고 말해주고 싶다”라고 웃었다.
서로 자극제가 되는 대기록의 러닝메이트로서 함께하며 손아섭은 안타에서, 노시환은 홈런에서 분야의 최고로 나아가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