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7월 11일, 새 외국인 선수 니코 구드럼을 영입할 때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 중의 일부다. 구드럼에게 기대하는 바가 명확했다. 공타선의 무게감을 더해주는 것은 물론 수비에서 취약 포지션을 채워주고 다양한 포지션 소화 능력으로 기존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기를 바랐다.
구드럼은 2020년 아메리칸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3인에 올랐을 정도로 수비만큼은 인정을 받던 선수였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기록을 보면 유격수 뿐만 아니라 2루수, 3루수, 1루수에 좌익수와 우익수를 모두 소화했다. 공격에서 의문부호가 달릴지 언정 수비만큼은 괜찮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무엇보다 롯데 뿐만 아니라 KBO리그 모든 구단들이 대체 선수 1순위로 눈여겨 보고 있던 선수였다. 실패 확률이 적을 것이라고 얘기했던 선수가 바로 구드럼이었다.
KBO리그에서는 올해 3루수(238이닝)에서 7개, 유격수(43이닝)에서 3개를 범했다. 좌익수(6이닝) 우익수(5이닝)에서서는 실책이 없다. 그리고 9일 창원 NC 더블헤더 2차전에서 구드럼은 다시 한 번 대형 사고를 쳤다. 더블헤더 1차전 결장한 구드럼은 2차전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4-3으로 꾸역꾸역 리드를 지켜나가던 6회, 사건이 터졌다.
오영수에게 2루타와 김주원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무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4번째 투수로 투입된 신정락은 대타 박건우를 삼진으로 솎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최정원의 빗맞은 타구가 구드럼 앞으로 느리게 굴러갔다. 홈에서 아웃카운트를 추가하는 것도, 병살을 노리는 것도 힘든 상황. 1점은 실점하되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게 최선이었다.
이미 이종운 감독대행은 구드럼의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햄스트링 통증에 자신감 결여, 밸런스 붕괴 등의 진단을 내렸지만 당장 구드럼을 전력에서 배제할 수도 없다. 내야에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8일 경기에서는 우익수로도 출장하기도 했다. 타구를 쫓아가는 모습은 나쁘지 않았지만 순간적인 판단력, 후속 동작에서 문제를 보였다. 외야도 녹록치 않다는 상황을 보여줬다.
시간이 지날수록 민낯만 더 드러나고 있다. 구드럼을 어떻게든 활용하려고 하는 롯데지만 어디에서든 제 몫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외국인 선수의 존재 이유가 없다. 롯데는 가을야구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구드럼 딜레마를 안은 채 잔여경기를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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